척추·관절질환
절개 최소화한 척추 수술법 개발… 고령자도 거뜬히 수술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4/24 09:06
척추전문병원 탐방_ 우리들병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척추관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40만명에 달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가들은 척추 질환이 노화와 관련이 깊어서, 국내 척추 질환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부분의 척추 질환은 생명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다만 잦은 요통과 보행 장애 등을 유발해서 일상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걷고 서는 게 어려워지는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척추 질환은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전문인력·필수 진료과목 등이 갖춰진 병원인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정부가 인정한 척추전문병원은 전국에 총 17곳이 있다. 전문병원은 척추 질환에 특화된 검진기기와 시스템 등이 마련돼 있어 진단과 치료가 대학병원보다 빨리 이뤄진다. 전문적인 치료법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우리들병원 이상호 박사는 "우리 병원은 1990년 대 초반부터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최소침습수술법을 개발해왔다"며 "최초침습수술은 절개를 작게 하고 국소마취를 하기 때문에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도 수술이 가능하고 회복도 빨리된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에서 시행하는 척추 질환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척추전방전위증, 배쪽으로 접근해 수술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뼈가 본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배 쪽으로 쏠리면서 뼈가 어긋나는 질환이다. 노화와 관련이 깊다. 나이가 들면 척추뼈를 잡아주는 근육과 인대의 힘이 없어지고, 척추뼈와 디스크(척추뼈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는 조직)도 약해져 뼈가 어긋나기 쉽다. 척추전방전위증이 생기면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통증이 없다가,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하체에 통증이 생기고 힘이 빠진다. 치료를 위해선 뼈를 제자리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과거 수술법은 척추 뒤쪽 뼈(등쪽)를 잘라냈기 때문에 출혈과 신경근 손상, 신경 유착과 같은 합병증이 많았다.
우리들병원이 개발한 '전방경유 요추 추체간 골유합술'은 등이 아닌 배꼽 주변을 3~5㎝ 절개한 뒤 미세 현미경을 이용해 손상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골융합용 기구를 이식한 뒤에 뼈를 고정한다. 절개를 최소로 하고 정상 조직은 보존하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고 회복도 빠르다. 우리들병원에서 이 수술을 받은 166명의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들을 조사했더니, 93.4%가 '수술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60대 이후에 많이 생기는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원인은 '황색인대'의 변성 때문이다. 황색인대는 척추에 붙어 과도한 허리 움직임을 막는다. 황색인대가 변성되면 척추관(척추뼈 속 신경 통로)을 짓누르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한다. 척추관이 눌리면 다리가 저리고 무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5분만 걸어도 다리가 불편하고, 앉거나 누워있는 게 편하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질환이 심해지면 걷는 게 힘들어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척추관협착증 치료법은 뼈를 깎아내거나 나사못을 박는 등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수술이 시행됐다. 이 수술은 전신마취가 어려운 고령자와 고혈압, 당뇨병 등을 앓는 이들은 치료에 제한점이 많았다.
우리들병원이 개발한 '최소침습인대성형술'은 두꺼워진 인대만 제거한다. 제거된 인대는 인공인대를 넣어 기능상에 문제가 없도록 대신한다. 수혈과 뼈 이식도 필요없다. 배준석 진료부장은 "수술 다음날부터 보행이 가능하고 정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목디스크, 내시경레이저로 치료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은 디스크가 노화나 외상, 갑작스런 하중에 의해 찢어지면서 그 사이로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허리와 다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치료를 적절하게 받지 못할 경우 대소변 장애와 하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피부를 4㎝가량 절개한 후 척추를 자르고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한다. 수술 시 정상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크고 회복 기간도 길다. 최근엔 내시경레이저 등 치료 장비의 발달과 함께 상처를 최소화하고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줄이는 '내시경레이저 디스크치료술'이 가능하다. 척추 부위 피부를 0.6㎝ 정도만 절개하고 그 틈으로 내시경·레이저 등을 삽입해 빠져나온 수핵을 제거한다. 이때 사용하는 레이저는 머리카락 정도로 가늘어서 뼈와 신경 사이의 좁은 공간까지 침투할 수 있고, 정상 조직 보존이 용이하다.
경추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은 수핵이 찢어진 섬유륜 사이로 빠져 나와 어깨와 팔로 지나는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우리들병원은 가능한 작게 절개하면서 목디스크 병변을 없애기 위해 내시경레이저 치료법을 개발했다. 정상 디스크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파열된 디스크만 제거한다.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 조각만 제거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시술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고 전신마취도 하지 않는다. 배준석 진료부장은 "다른 비수술 치료와 달리, 통증 해소에만 머물지 않고 병변 자체를 치료하기 때문에 완치 확률이 높다"며 "국소마취가 가능해서 지병이 있는 환자도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