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이성을 유혹하는 냄새와 질환 사이
글 심봉석(이화여대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입력 2017/02/17 14:56
심봉석의 앤드롤로지
여자의 향기라고 하면 몰라도 여자에게 냄새라는 단어는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남녀 모두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데, 이러한 체취는 털이 많은 겨드랑이나 외음부 주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아포크린(apocrine) 땀샘 때문이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땀 성분은 대부분이 물이고 소량의 염화나트륨과 염화칼륨 등으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비된 땀이 1시간 정도 지나면 피부의 박테리아에 의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변질되어 냄새가 난다. 선천적으로 아포크린 땀샘의 수가 많거나 땀의 양이 늘면 냄새가 강해지고,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냄새가 많이 난다.
남자와 여자의 냄새가 다른 이유
남자와 여자의 냄새가 다른 이유는 성호르몬의 차이 때문이다.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의 분해물질인 안드로스테놀(androstenol)과 안드로스테논(androstenon)을 땀으로 배설한다. 안드로스테놀은 사향 혹은 백단 향나무와 비슷한 냄새로 여성에게 성적 흥분을 일으키고, 안드로스테논은 지린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 여성은 땀으로 배설되는 테스토스테론 분해물질의 양이 극히 적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신 여성은 질에서 코퓰린(copulin) 호르몬을 분비하여 냄새를 풍기는데, 이 냄새가 여성들을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며 남성의 성욕을 자극한다. 이러한 냄새를 이성을 유혹하는 페르몬이라고 주장하며 향수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페르몬에 관한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오래전부터 여성들은 몸의 체취 대신 과일, 꽃 등 냄새를 가진 물질을 이용하여 다른 향기가 나게 하였다. 성경에도 의복과 침대에 향수를 뿌리고, 침향·발삼유·계피 등이 향수의 원료가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에는 향수가 의료용이나 종교 행사에만 사용되었으나, 그리스에서 꽃 향수를 미용 목적으로 처음 사용하였고 로마시대에는 목욕 시에 향수를 사용하였다. 아라비아에서는 증류기술을 이용한 향수 제조기술이 발달하여 에센스, 장미수, 팅크 등을 생산 하였다. 중국은 사향과 함께 레몬, 오렌지, 만다린 등의 감귤류 향수를 사용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목욕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몸에서 심한 악취를 풍겼는데, 대신 향수산업이 발전했다.
향수보다 체취가 풍기는 매력
향수보다 몸에서 나는 체취를 더 매혹적으로 여기기도 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7세는 여름날 애인에게 두꺼운 옷을 입혀 땀을 흘리게 한 후 냄새를 맡으며 사랑을 나눴다. 남성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냄새는 배란기에 있는 여성들이 입은 티셔츠에서 나는 냄새라는 연구도 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도 황후 조세핀의 체취를 좋아해서 전쟁터에서 몸을 씻지 말고 기다리라는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연인, 조세핀의 체취는 독특하여 카망베르(Camembert) 치즈 향과 비슷했는데 실은 질에서 나는 냄새였다. 여성의 질에서 분비되는 남성을 유혹하는 코퓰린 호르몬은 특별히 냄새가 나지 않는데, 독특한 치즈 냄새와 함께 치즈나 두부 으깬 것 같은 분비물이 나오면 칸디다 질염에 의한 경우이다. 여성의 질염은 대단히 흔한 질환이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고 지내거나 부끄러워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여성의 질은 산도 3.8~4.2의 산성으로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난다. 질에서 외부의 나쁜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젖산균(lactobacillus)이 분비하는 젖산 때문이다. 질염은 난잡한 성생활, 임신, 항생제 남용, 피임기구, 폐경, 잘못된 질 위생관리, 스트레스, 과로 등의 원인으로 젖산균 등 정상 상재균(common flora)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대부분은 세균성질증, 칸디다질염, 트리코모나스질염이고, 염증성질염, 위축성질염 등도 있다. 세균성질증은 여성의 50%에서 발생하며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으나 분비물이 증가하고 특유의 질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곰팡이에 의한 칸디다 질염은 가려움증과 하얀색의 분비물을 유발한다.
잦은 비데 사용은 좋지 않아
냄새와 가장 관련 있는 질염이 세균성질증이다. 세균에 의한 점막의 염증보다는 단순히 증상만을 일으키므로 ‘질염’ 대신에 ‘질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다른 질염과는 달리 성관계에 의해 전염이 되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이 많으나 성병으로는 분류되지 않고 상대방 남성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혐기성 세균이 분비하는 아민(amine)에 의한 생선 썩는 냄새 혹은 오징어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인데, 정작 본인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 시 냄새가 악화되기 때문에 상대방 남성이 냄새를 맡고는 질겁하는데, 여성 체취를 좋아하듯이 이 냄새를 일부러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다고 한다. 질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골반염으로 진행되거나 나팔관이 막혀 불임이 되고 임신 중에는 유산이나 조산을 하게 된다. 치료는 각 원인균을 정확히 알아내어 그에 맞는 약제를 일정 기간 먹거나 질 부위에 삽입한다. 트리코모나스질염은 성관계로 전파되는 질염으로 성관계를 가진 상대방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가 되더라도 질염은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청결을 유지하고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젖산균 등 정상 상재균이 잘 유지되도록 질은 항상 청결히 관리하고 질 세정제나 비데는 너무 자주 사용하지 말고 질 내부를 비누로 씻지 않도록 한다. 레깅스, 스키니진, 거들 같은 꽉 끼는 옷을 피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속옷은 땀 흡수가 잘 되는 천연섬유나 면제품이 좋다. 지나친 과로나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과음이나 흡연을 삼가고,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봉석 이화여대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의학박사)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UCSF에서 연수했다. 이대동대문병원 기획실장·응급실장·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비뇨기과 건강 서적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를 출간하는 등 비뇨기질환에 대해 국민들이 편견 없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