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등이 원인
복용 1시간 내 이상 반응 땐 의심

직장인 이모(40)씨는 얼마 전 6살 난 딸 때문에 응급실에 갔다. 아이가 코감기약을 먹은 뒤,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얼굴이 붓고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는 "약물 알레르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몇 주 뒤 정확한 원인 약물을 알기 위해 알레르기 의심 약물을 소량씩 먹게 한 뒤 상태를 살펴보는 알레르기 유발시험을 한 결과, 딸은 타이레놀 성분으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해열·진통·소염 작용을 해 감기약에 흔히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아스피린·이부프로펜 등은 소아에서 발생하는 약물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다(소아알레르기면역학회지).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이들 약물은 체내 염증을 만들어내는 효소를 억제해 효과를 내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염증 매개체가 만들어지면서 두드러기 등의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천식이나 만성두드러기를 앓고 있는 사람은 이들 약물에 알레르기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재우 교수는 "천식 환자의 5~10%,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30%가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감기약 복용 후 1시간 내에 두드러기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반드시 정확한 원인 약 성분을 파악해야 한다. 대학병원급 알레르기내과에서는 알레르기 의심 약물을 100분의 1 용량에서 점진적으로 늘린 뒤 복용하게 하면서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는 검사를 한다. 검사를 통해 감기약에 든 아세트아미노펜·아스피린·이부프로펜 등에 의한 알레르기가 확실하다면, 앞으로는 해당 성분의 약 복용을 피하고 대신 '세레콕시브(celecoxib)' 등의 약을 쓸 수 있다.

김상헌 교수는 "꼭 의심 약물을 먹어보지 않아도, 과거에 이상 반응을 경험했던 때의 약 처방전을 비교해 알레르기 유발 약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