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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에 키위 먹으면 혈당 천천히 적게 오른다"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키위 연구 국제 심포지엄' 발표
장내 음식물 소화·흡수 지연시켜 갈아 마시면 혈당 조절 효과 없어

당뇨병 환자가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음식섭취다. 혈당 조절을 위해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큰 게 아니다. 과일에 당이 많아 당뇨병 환자는 과일 섭취를 삼가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키위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지난달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열린 '제1회 키위 효능 연구 국제 심포지엄'에서 뉴질랜드 국립식품과학연구소 존 먼로 박사는 "키위는 혈당을 천천히, 조금만 상승시켜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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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에 풍부한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는 음식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소화되도록 해 혈당이 천천히, 적게 올라가도록 돕는다. 키위로 혈당 조절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식사 30분 전 키위를 두 개 먹고, 밥 양을 평소의 5분의 1 정도 덜 먹으면 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키위가 혈당 덜 올라가게 해

존 먼로 박사에 따르면 밥이나 빵 등 고탄수화물 식품을 줄이는 대신 키위를 먹으면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존 먼로 박사는 인간의 장(腸)과 동일한 환경을 가진 실험 기구를 만들고, 한 그룹은 식빵 두 장을 먹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식빵 한장 반에 키위 한 개(100g)를 먹게 한 뒤 혈당 변화를 측정했다. 두 그룹의 탄수화물 양은 같으며, 혈당 변화는 GGE(식품 섭취 후 상승한 혈당의 양을 포도당의 양으로 환산한 수치)로 측정했다. 예를 들어 키위 한 개의 GGE가 6g이라면, 이는 키위 한 개가 올리는 혈당이 포도당 6g 섭취 시 올라가는 혈당과 같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 식빵만 섭취했을 때 GGE는 22.5g으로 식빵과 키위를 섭취한 경우(GGE 18.9g)보다 20% 높았다. 동일한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했지만 식빵만 먹은 경우가 식빵과 키위를 함께 먹었을 때보다 혈당이 더 높아진 것이다.

◇수용석 식이섬유가 소화 속도 늦춰

키위가 혈당을 적게 올리는 이유는 키위에 풍부한 '식이섬유' 때문이다. 키위 속 식이섬유는 대부분 물에 녹는 수용성(水溶性)으로 키위를 먹으면 장내에서 수분을 흡수해 4배 가까이 팽창한다. 존 먼로 박사는 "팽창한 식이섬유가 장내 음식물을 감싸 음식물이 천천히 소화·흡수되도록 하고, 이로 인해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키위에 들어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다른 과일에 함유된 수용성 식이섬유보다 수분을 머금는 보수력(保水力)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장에서 더 크게 팽창해 소화가 더 천천히 이뤄지도록 돕는다. 실제로 키위의 혈당지수(식품이 체내로 흡수되는 속도를 점수로 환산한 것)는 38~39점으로 대표적인 수용성 식이섬유 과일인 바나나(53점)보다 낮다.

존 먼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식사 시 키위를 먹는 것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키위 한 개에는 탄수화물이 12g정도 들어있으므로 쌀밥 식사량을 평소의 5분의 1 정도 덜 먹고 대신 키위 한 개를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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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식사 30분 전에 섭취 추천

키위로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식사 30분 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존 먼로 박사가 한 다른 실험에 따르면 한 그룹은 밀 비스킷을 먹기 30분 전 키위 한 개를 섭취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밀 비스킷만 먹게 한 뒤 혈당을 측정했더니 키위를 먹은 그룹에서 혈당 최고치가 4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허양임 교수는 "키위를 갈아마시면 소화, 흡수가 빨라져 혈당 조절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식사 30분 전에 껍질만 까서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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