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손·발에 찾아오는 저림증상, 단순 혈액순환 문제 아냐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3/22 14:00
말초신경병부터 수관증후군, 수족냉증 등 다양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들어 발에 쥐가 난 것처럼 찌릿찌릿하고 저린 증상이 잦아져 걱정이다. 주변에서는 “가끔 그럴 때가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씨는 잦은 저림증상에 마음이 편치 않아 조만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볼 생각이다. 이씨처럼 증상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손발저림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어떤 원인으로 인해 손발저림이 발생하는지 알아본다.
손발이 저리면서 감각이 떨어지고 때론 근육의 힘이 약해져 물건을 쥐는 힘이 떨어진다면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말초신경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손상으로 인해 여러 가지 감각, 운동 또는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다. 심한 경우는 걷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근육이 위축되기도 한다. 자율신경계에까지 손상이 온 경우엔 손발에 땀이 나지 않고 밝은 곳에서 눈이 부시거나 어지러움 등의 전신적인 이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약 100여개의 말초신경병증이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 요독증, 비타민결핍 등 전신질환에 합병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합병증으로 오는 말초신경병증일 경우 주로 다리가 먼저 저리기 시작하다가 양팔까지 증상이 느껴진다. 말초신경병 증상은 질병 종류에 따라 다르고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서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따라서 의사의 자세한 진찰 외에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 검사와 같은 전기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이 저리니까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 같다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수관근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다른 말로 ‘손목굴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은 전체 인구의 약 3%에서 발병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3배 더 많다. 손목굴은 손목의 뼈와 인대 사이의 좁은 통로로, 손과 손가락의 근육과 감각을 관장하는 정중신경이 이 통로를 지난다. 손을 많이 쓰거나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그 밖에 갑상선 증후군이 있는 경우 이 인대가 두꺼워져 정중신경을 누르면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주로 엄지부터해서 첫 세 손가락이 저리고 통증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는 손목 위까지 올라오기도 하며, 밤에 심해져서 자다가 깨기도 한다. 손을 털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엄지 두덩이의 살이 빠지고 손아귀 힘이 약해지기도 한다. 가슴 앞쪽에서 양 손등을 직각으로 꺾어 마주 했을 때 저림감이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엔 수관근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항염증제나 신경병성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손을 쉬게 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손목굴증후군이 있을 땐 과도한 손 움직임을 피하고, 경구 소염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때론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를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저리는 통증보다 시리면서 냉증이 있고 손끝이 차면서 하얘지는 경우에는 '말초혈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동맥경화가 말초부위 동맥에 생기는 것으로 사지의 작은 동맥 염증으로 혈전이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버거씨가 대표적이다. 주로 남성 흡연자에서 나타나는데, 심하면 손·발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초동맥질환은 발목혈관을 재 보면 알 수 있다. 문제가 있을 경우 팔뚝혈합과 같거나 1.2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말초동맥질환은 풍선성형술이나 스텐트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항혈소판제나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손발저림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은 다양하다. 만일 한쪽 팔다리 또는 같은 쪽의 얼굴까지 찌릿한 느낌이 갑자기 발생해 5~10분간 계속될 경우 '뇌졸중'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과 같은 병적인 '수족냉증'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추위에 노출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면 손 발 등의 색이 하얗게 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색으로 변하는 질병을 말한다. 레이노증후군은 혈관확장제(칼슘채널 차단제)나 혈소판 응집 억제제와 같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