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결국 응급실에 갈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빠육아 作作弓'은 지금은 47개월 된 아들과 12개월 된 딸을 키워오면서 틈날 때마다 적었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글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생후 185일 되는 날 6개월 백신접종을 한 후 아이에게 이상이 생겼다. 집에 돌아온 후 부엌에서 호기심에 계란을 만져본 다음 눈을 비볐더니 아이 눈 주변이 부풀어 올랐고 열도 났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은 더 부었고 눈곱도 꽤 많이 생겼다. 열은 39도가 넘었다. 해열제를 먹여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자정이 지나 응급실에 갔다.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더니 결막염이면 안구 바깥쪽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렇게 짧은 순간에 부었기 때문에 안구 봉와직염일 수 있으니 CT를 찍어 보자고 했다.
수액을 달기 위해 간호사가 그 작은 아들의 손발에서 열심히 혈관을 찾아 바늘을 찔렀지만 제대로 찌르지 못했다. 아들은 아주 자지러지게 운다. 두 번째 다시 시도를 하려고 발목을 잡았더니 한 번 당했던지라 바늘을 찌르기도 전에 더 크게 울었다.
아내는 수유 중이라 수면제까지 맞은 아들을 내가 데리고 가서 CT 촬영을 했다. 다행히 뇌 안쪽에는 별 문제는 없었고 소변이나 혈액 수치도 정상이었다. 특별한 처치를 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새벽무렵이 되니 붓기가 줄어들었다.
일주일 후인 193일째 되는 날. 또 응급실이다. 잘 놀다가 구토를 했는데, 살짝 붉은 빛이 돈단다. 이유식에 들어간 쇠고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출혈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밤 9시에 침대에서 놀다가 또 구토를 했는데, 누가 봐도 피가 섞여 있었다. 의사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으로 봐서 그 동안 감기 때문에 약해졌던 호흡기에서 피가 났을 것 같긴 한데 혹시 아직 위에 피가 나고 있는지 모르니 검사를 해 보잔다. 아들의 코로 가느다란 고무관을 넣은 뒤 위까지 밀어 내렸다. 아내는 자기 탓인 냥 계속 울고만 있었고, 나 역시 아이 코로 그 긴 고무관이 들어갈 때 못 볼 것 같았지만, 나까지 흥분하면 안 될 것 같아 아이 머리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었다. 검사결과는 역시 '아무 이상 없음'이었다. 별 탈은 없는 것 같으니 일단 집에 갔다가 또 이상이 생기면 다시 오란다.
아들의 세 번째 응급실 방문은 36개월 됐을 때다. 혈기 왕성한 아이의 팔을 잡고 들어 올리다 아들의 팔에서 뭔가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들은 팔이 아프다고 난리가 났고. 팔이 빠진 게 분명한데 함부로 자가처치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응급실에 갔다. 증상과 일이 생긴 과정을 설명하니 아랫팔이 빠진 '요골두아탈구(橈骨頭亞脫臼)'였고 의사가 팔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접었다 펴자 통증은 사라졌다. 이 병은 10세 미만이 전체 환자의 99.3%를 차지할 만큼 소아에서는 흔하다.
곧 48개월이 되는 아들이 응급실에 간 것은 이 세 번이 전부다.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갔었나 싶지만, 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능숙한 것은 아니지만.
Tip
부모가 제일 난감할 때가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입니다. 왜 그런지 알면 대처를 할 수 있을텐데 밥 잘 먹고, 잘 놀던 애가 숨넘어갈 듯이 울거나 얼굴이 창백해지면 부모는 당황할 수 밖에 없죠.
의사들이 얘기하는 아이를 꼭 응급실에 데리고 가야하는 경우입니다.
1. 외상을 당했을 때
2. 화상으로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오르거나 물집이 생겼을 때
3. 경련을 5분 이상 지속할 때
4. 서너번 정도 토할 때
5. 탈수가 심할 때
6. 이물질(특히 수은건전지)을 삼켰을 때
7. 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을 때
8. 6개월 이전 아이 체온이 38도 이상일 때
만약을 대비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혹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응급실 있는 병원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좋습니다. 이게 무슨 중요한 정보라고 알려주냐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 응급실에 갈 일이 생기면 당황하다 잊기 쉽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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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의 ‘아빠 육아 ‘作作弓’
-대학교 들어가 사고 쳤으면 미스에이 수지뻘 되는 자식이 있겠지만 늦장가로 여태 똥기저귀 갈고 앉았습니다. 학부에서는 심리학, 대학원에서는 뇌과학을 전공하면서 책으로 배운 교육, 육아법을 늦게나마 몸소 검증하고 있습니다. 똑똑한 아이보다 행복한 아이, 행복을 퍼뜨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