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모 조금 편하자고 아이를 망칠 수 있나요
'아빠육아 作作弓'은 지금은 47개월 된 아들과 12개월 된 딸을 키워오면서 틈날 때마다 적었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글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6개월 예방접종을 하고 왔는데, 조금 힘들었나보다. 열이 계속난다. 별 일은 아니겠지 싶었지만 밤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몰라 응급실로 갔다. 휴일 오후라 사람이 많았다.
응급실 의사는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같지 않으니 일단 지켜보고 열이 계속 안 떨어지거나 구토, 경련 같은 반응 생기면 다시 오라고 했다. 증상은 있는데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응급실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진료실보다 대기실 장면이었다. 여기저기를 둘러 보니 역시 '뽀로로가 갑'이었다. 엄마아빠에 안긴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집에서 TV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은 옆 아이가 보고 있는 화면이 신기했는지 연신 고개가 그쪽으로 간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TV시청은 아이를 재운 후 잠깐 뉴스를 보는 정도였다. 아이에게 끊임 없이 움직이는 TV화면은 아직 시각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살이 된 지금도 TV시청은 엄격히 제한하려고 노력 중이다. 로보카폴리나 타요 같은 시리즈는 VOD로 하루 한 편만 보여준다. 지금도 아들은 TV로 하루 종일 만화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가끔 아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뉴스를 보고 있으면 아이가 밥숟갈 뜨는 것도 잊을만큼 TV화면에 집중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TV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아이들 TV 프로그램 중에 교육효과가 뛰어난 것도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좋다고 해도 결국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화면을 봐야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보여주는 등의 제한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Tip
아이가 태어날 때 완전하지 않은 장기가 몇 개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폐와 눈이에요. 출생 직후 신생아의 눈은 시각중추와 망막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상태라 사람의 윤곽 정도만 구별이 가능해요. 육아용품 중에 시각책이라는 흑백 줄무늬의 헝겊책이 있습니다. 제조사는 “신생아들은 흑백밖에 구별을 못하기 때문에 이런 흑백 줄무늬 자극은 아이들 시각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아이들은 사물을 흑백대비로 구별하고 대략적인 윤곽선만 파악하는 게 맞지만, 그런 자극에 노출시킨다고 시각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거죠. 생후 2~3개월이 되면 아이들은 색깔을 구별하고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면서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우리 아이가 사시 같은 데 잘 보는 의사좀 소개시켜 달라”는 요청을 듣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눈은 백일 정도가 돼야 두 눈의 정렬이 제대로 잡힙니다. 그 이전이라면 아이가 사시 같다고 해도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6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의 양안시(兩眼視)가 완성됩니다. 심리학에서는 '깊이지각'이라고 하는데 두 눈이 한 물체를 보면서 비로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정도 됐을 때 아이의 두 눈 움직임이 같지 않다면 진료를 받아 보는 게 좋습니다.
깊이지각이 완성됐다는 것은 눈 건강을 위해 너무 가까운 자극은 피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눈 건강에 안 좋은 이유는 가까운 곳(화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눈 주변 근육이 긴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10~15분 정도 짧게 보는 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 이상 지속적으로 화면을 보면 근육이 긴장돼 눈이 피로하게 됩니다. 어른도 스마트폰 한참 들여다 보면 눈이 침침해지고 피로해지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지속되거나 자주 생기면 근육이 과도하게 조절돼 근시를 유발하게 됩니다. 특히 만 3~5세 동안에는 시각이 완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노출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식당이나 응급실의 대기실처럼 아이를 화면에 집중시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면 10~15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만 보여줘야 합니다.
평소 스마트폰을 자주 보여주는 아이라면 바깥에서 햇볕을 쬐면서 먼 산을 바라보게 하는 게 근시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긴장 상태의 눈 주변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망막에 적절한 자극을 가해 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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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의 ‘아빠 육아 ‘作作弓’
-대학교 들어가 사고 쳤으면 미스에이 수지뻘 되는 자식이 있겠지만 늦장가로 여태 똥기저귀 갈고 앉았습니다. 학부에서는 심리학, 대학원에서는 뇌과학을 전공하면서 책으로 배운 교육, 육아법을 늦게나마 몸소 검증하고 있습니다. 똑똑한 아이보다 행복한 아이, 행복을 퍼뜨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