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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 도움 안된다" VS. "미래 건강 위한 투자"… 보관료 100만~400만원 제대혈 효과 논란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혈액·뇌신경 질환에 효과… 일부 희귀질환에 국한
"향후 치료 활용 폭 넓어질 것"

최근 비싼 돈을 들여 보관하는 제대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질병 치료에 제대혈을 쓸 확률이 극히 적고, 어차피 질병에 걸린 환자가 자기 제대혈을 쓴다고 해도 이 환자는 이미 그 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말 제대혈은 쓸모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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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대혈을 쓸 수 있는 질병은 혈액질환과 일부 뇌신경질환에 불과하지만 이용 가능한 질병 범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제대혈을 영하 196도의 질소탱크 속에서 보관하고 있는 모습 / 메디포스트 제공

현 시점에서 제대혈을 쓸 수 있는 병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백혈병 같은 혈액암,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의 제대혈 이식은 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병은 보통 골수기증을 통해 조혈모세포(혈액을 만들어내는 세포)를 이식받는다. 골수의 조혈모세포를 쓰나 제대혈의 조혈모세포를 쓰나 효과는 같기 때문이다. 이외에 뇌성마비나 뇌발달장애 같은 뇌신경질환은 어느 정도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는 뇌성마비 환자에게 제대혈을 이식하면 뇌에 있던 염증이 줄고 몸의 면역반응이 좋아진다는 것을 논문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제대혈 보관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돈을 내고 보관하는 제대혈을 사용하는 건수를 보면 뇌신경질환이 혈액질환보다 10배 정도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외에도 면역질환, 선천성 대사장애 등 100여 가지의 희귀질환 치료에 제대혈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달라진다. 한양대병원 소아과 이영호 교수는 "제대혈은 미래 활용가능성에 대한 생물학적 보험으로 봐야 한다"며 "의학이 발달하면 제대혈은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서 널리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대혈을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 질환은 당뇨병, 심근경색, 신경질환(척수손상,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뇌졸중), 관절질환(류마티스관절염, 퇴행성관절염), 간질환, 근육질환, 폐질환 등이다. 이영호 교수는 "현 시점에서 쓰임새도 많지 않은 제대혈 보관을 위해 100만~400만원의 비싼 돈을 내느냐, 아니면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됐을 때 생길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대비냐를 소비자가 현명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혈

태아의 탯줄 속 혈액으로, 혈액 속에는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장기를 만드는 줄기세포가 풍부하다. 치료가 어려운 혈액질환과 뇌신경질환에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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