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제대혈(탯줄 속 혈액)에서 뽑은 줄기세포로 손상된 무릎 연골 되살린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4/09/02 05:00
퇴행성관절염 - 연세사랑병원
관절에 구멍 뚫어 '카티스템' 약 주입···3개월 후 부작용 없이 연골재생 시작
출혈 적어 고령 환자도 부담 없어
관절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장씨는 지난해 12월 줄기세포 이식과 O자 다리를 펴는 수술을 함께 받았다. 이식한 줄기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수술부위도 모두 아물어 지금은 활동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난달부터는 동네 뒷산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장씨가 받은 줄기세포 수술은 거스 히딩크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표팀 감독이 받아 화제가 됐던 '카티스템' 수술이다. 카티스템은 국내 바이오 벤처 회사가 제대혈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약으로, 손상된 관절에 4㎜의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이 약을 채우면 닳아 없어진 연골이 새로 자란다. 카티스템 수술은 인공관절 수술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세로로 5~7㎝ 짼 후 손상된 관절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진행된다.
◇'연골 재생 안 된다'는 상식 뒤집혀
무릎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닳아 없어진다.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활동을 심하게 하면 관절이 빨리 닳는다. 연골에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어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연골을 재생시키는 방법이 최근 개발됐다. 골수나 지방,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연골세포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카티스템 수술은 2~3일 정도 입원 기간이 필요하며, 수술 후 6~8주 정도는 줄기세포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하면서 다리 근육의 힘을 키우는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수술 3개월 후 부터 연골이 자라기 시작한다. 카티스템은 2008~2011년에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 없이 연골이 재생됐다.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이 치료법은 원래 연골의 70~80% 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인공관절 수술보다 출혈이 적어 고령 환자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바로 연구해 얻은 성과 세계적으로 인정
줄기세포 치료는 세계적인 의료기관이나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연구가 힘을 잃기도 했지만 여전히 연구는 활발하다.
강남 연세사랑병원은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이미 2008년에 줄기세포 연구소를 설립해 박사급 2명을 포함해 8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로 선정됐다. 임상시험을 위한 윤리위원회(IRB)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각각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로 선정됐다. 여기서 진행한 연구는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IRB를 통과해야 학술지에 실릴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발표한 줄기세포 논문은 모두 7편이다. 지방조직이 아닌 관절의 활액막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가했더니 줄기세포의 증식력이 증가돼 연골로 더 많이 분화했다는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생화학 및 생물물리학 연구학회지(BBRC)' 7월호에 실리기도 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한국의 줄기세포 재생치료의 연구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