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약물치료가 효과 있어
가정폭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전국의 ‘해바라기센터’를 지난해 이용한 사람은 총 2만8487명으로 전년(2만7450명)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말다툼이나 과도한 음주 등이 주된 원인이다. 사소하지만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가정폭력의 원인과 해결법을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해본다.

◇인격·망상장애, 약물치료와 상담 필요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인격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중 '편집성 인격장애'는 가장 무서운 병으로 꼽힌다. 별일 아닌 것에 과민반응을 하고 과장되게 해석해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한다. 상대방의 선의나 아무런 의도가 없는 일도 악의적으로 받아들여 오랜 시간을 따질 때도 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밖에서는 괜찮아 보이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난장판을 만드는 유형이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사람들이 이런 자신을 우러러보며 복종해주길 원하지만 내면엔 열등감이 깔려있어 그걸 건드리면 폭력적인 성향을 내보인다. 인격장애는 약물치료와 장기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
망상장애 중 하나인 의처증이나 의부증 역시 가정폭력의 원인일 수 있다. 배우자가 행인과 말 한마디만 나눠도 바람을 피웠다고 폭력을 행사하고, 모르는 사람이 배우자를 쳐다만 봐도 화를 내는 유형이다. 의처증, 의부증은 약물치료가 기본이며,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을 필요도 있다.
◇음주폭력은 술부터 끊어야
가장 흔히 발생하는 가정폭력은 술만 마시면 배우자를 때리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다 보면 미묘하게 인격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평소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참을성이나 여유가 더 없어지고 과민해지는 데다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조절이 어려워진다.
이 경우 술을 끊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갑자기 억지로 절주를 하는 경우엔 잠이 안 오는 등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적어도 1∼2주는 약을 먹으면서 금단증상과 술에 대한 갈망을 줄이고, 그 이후 본인의 의지로 술을 끊어야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별도의 정신질환이 없어도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에게서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고,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세련되게 표현할 줄 모르면 폭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정신과적 상담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