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부부싸움을 잘해야 해로할 수 있다

에디터 김하윤 | 글 김숙기(부부 상담 전문가)

부부싸움을 잘해야 해로할 수 있다
싸움은 말리라지만 부부싸움은 다르다. 부부싸움을 잘하는 이들이 화를 참으며 사는 이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살다보면 배우자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부부싸움의 시작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치유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결혼생활에서 다시 재현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처를 건드리는 순간에 불안, 강박, 우울 등이 극도의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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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모양

밥이 중요한 남자, 그래서 서운한 여자
25년 결혼생활 내내 밥 때문에 싸운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화가 날 때마다 “네가 밥 한번 따뜻하게 차려줘 봤냐?”고 공격했다. 남편은 아내와 싸우고 난 직후라도 식사 때가 되면 밥을 차려달라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욕설과 상처 주는 말만 일삼던 사람이 어떻게 식사 때가 됐다고 밥을 차리라고 할 수 있는지 아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운한 마음에 밥을 해주지 않으면 남편은 주부의 도리를 안 한다며 타박했다.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고 밥만 차리라는 남편이 싫었다. 아내는 우울해졌고 남편은 혼자 밥을 차려 먹는 날이 많아졌다. 부부 상담 결과, 남편이 어린 시절 배고프게 지낸 시간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7남매의 맏이였는데 어머니가 새벽 장사를 나간 사이 배고프다고 우는 동생들을 달래며 ‘쌀밥 한번 실컷 먹어봤으면…’ 하고 소망했던 것이다.

자연스레 남편의 인생 목표는 ‘삼시 세 끼 잘 먹고 잘 살자’가 됐다. 그에게 밥은 밥 이상의 중요한 의미였던 것이다. 아내는 이런 배경을 알게 된 후에야 남편을 이해하게 됐다. 생각해보니 첫 맞선 자리에서도 남편은 “일하는 여성보다는 아이 밥을 챙기고 살림을 도맡아하는 사람이 좋다”는 말을 했었다.

건강한 결과를 낳는 부부싸움하는 법
부부싸움은 서로에게 깊은 이해와 지지를 받으면서 불온전한 자아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과정일 수 있다.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배우자와 갈등이 있을 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보지 말고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갖자. 같은 주제로 부부싸움이 반복되는 이유는 서로 골탕 먹이기 위해서도, 무시해서도 아니다. 어린 시절의 오래된 상처와 결핍을 치유하기 위한 무의식적 열망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과 배우자의 성장 과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배우자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나누자. 나를 만나기 이전의 과정, 어린 시절의 기억,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게 좋다. 단, 배우자를 심문하듯 부정적인 상황을 캐묻지는 말아야 한다.

셋째, 누구라도 성장 과정의 상처와 결핍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부부싸움 중에라도 상대의 상처나 약점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해 공격하거나 비난하면 안 된다. 배우자의 상처를 보듬고 안아주며 포용하는 것도 배우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늘 인지해야 한다.

부부싸움의 진짜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 밑바닥의 성장 과정과 상처, 결핍된 욕구에 대해 더 깊이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진짜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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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기 원장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부부 상담 및 부부 갈등 조정 전문가이자 부부 코칭 및 가족 리더십 전문가다. KBS TV<사랑과 전쟁>, TV조선 <법대법> 등에 출연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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