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人]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지난 8월 취임한 정남식 신임 연세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은 “우리 의료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진료 및 연구역량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역량을 암, 심장 질환 등 흔하게 발생하면서도 중증도 높은 질환과 희귀하더라도 치료가 어려운 질환에 모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등 5개 병원을 거느리고 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진료 프로세스를 더욱 선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굳이 3차 진료기관에서 진료받을 필요가 없는 가벼운 환자들을 적절한 규모의 의료기관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해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감염질환자와 다제내성결핵환자 등 항생제 내성 환자를 위한 감염병동을 개설했다. 50병상 규모인 감염병동은 전 병실에 ‘음압공조시스템’을 갖췄다. 병원 내 감염 방지를 위해 병실안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는 시스템이다. 현행 건강보험수가 체계에서 이런 시스템은 경영 적자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와 함께 세브란스병원은 늦어도 오는 11월까지는 응급외상환자 전용 병실을 갖춘 중증외상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응급진료 역시 경영 측면에서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정의료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외상전문의 집중육성 병원’으로 지정됐을 만큼 중증 외상 진료역량이 높다”며 “이를 환자를 위해 아낌없이 쓸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은 중증환자 진료 시스템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연세의료원의 사명을 감안했을 때 꼭 필요한 일”이라며 “연세의료원이 시작하면 조금씩 우리나라 의료계 전체에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준 높은 협력병·의원 확충”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고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는 두 번째 과제와 관련해 정남식 의료원장은 “가벼운 질병으로도 무조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의료 분야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며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지 않아도되는 경증환자들은 의료진이 합리적으로 설득해서 협력병·의원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연세의료원 산하 대학병원과 협력병·의원의 파트너십이 긴밀해야 가능한 일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를 1·2차 병원에 의뢰해서 후속 진료를 받도록 한 비율은 전체 입원 환자의 27% 정도였다.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은 매달 평균 380여 명의 환자를 협력병·의원에 보낸다. 이 비율을 더 높이는 것이 정남식 의료원장의 목표다. 그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 등 정기적으로 꾸준한 관리만 하면 큰위험이 없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주거 지역의 병·의원에서 진료받으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이분들이 세브란스가 아닌 다른 의료기관으로 쉽게 옮겨 가지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한계를 풀고자 진료 수준이 높은 협력병·의원을 늘려 가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있다”고 말했다.
“환자 사회복귀까지 돌볼 것”
연세의료원의 시발점이었던 구한말 제중원(濟衆院)은 ‘백성을 널리 구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연세의료원은 이런 설립 이념을 담아 ‘제중원 힐링캠프(가칭)’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질병치료라는 의료기관의 기본 소명에 충실한 동시에, 중증 질환을 겪은 환자와 가족이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제중원 힐링캠프 설립은 제중원의 후신인 세브란스가 ‘국민의 병원’이라는 창립 정신을 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중원 힐링캠프에서 진행될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암환자를 비롯한 중증질환자, 희귀난치성질환자, 만성질환자와 가족 등을 위한 모임마당, 미술·음악치료 교실, 식사 및 영양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인데, 1회성이 아닌 수준 높은 강좌를 마련할 방침이다. 정 의료원장은 “연세대, 기독교 단체, 문화단체 등 세브란스가 가진 외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재능기부를 받거나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료원장은 이와 함께 세브란스병원 안에 환자 아트리움을 조성할 청사진도 공개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휴식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녹지공간을 늘려 병원 전체를 친환경 공간으로 가꾸겠다는 의미다. 그는 “연세의료원을 ‘비욘드 호
스피털’, 즉 병원을 넘어서는 병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4월 안전행정부와 현대자동차정몽구재단과 함께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을 출범했다. 이 또한 ‘백성을 널리 구하는’ 제중원 정신을 반영해, 각종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해 대규모 인명구호가 필요한 경우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연세의료원의 진료 역량을 활용해서 재난전문가를 양성할 예정”이라며 “오는 9월부터 향후 3년간 50억원을 투입해서 매달 20~30명의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전문가들이 재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신기술 산업화의 학문적 축 담당하겠다”
‘종합병원에는 국내에 있는 모든 자격증 소유자가 근무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의료기사, 영양사, 의료정보관리사 등 수많은 전문직종이 병원에 근무한다. 의료기관의 모든 분야 업무에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의료직을 포함해, 연세의료원의 모든 종사자들에게 전문적인 직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세의료원은 이를 위해 감염관리, 환자응대 친절교육, 의료의 질 관리 등 의료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연세의료원의 의료기술 개발 강화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한 곳만 해도 이미 국내외에 출원한 특허가 1000건에 가까우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의료기기 개발, 기술 이전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조직 개편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또 “의료산업과 관련된 신기술은 민·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연세의료원이 학문적 측면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