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에 위치한 모 유치원에서, 6살 여아가 한 살 위 남자아이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전남지방경찰청 원스톱센터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이 사실을 가해 어린이 부모에게만 알리고 피해 어린이 부모에게는 쉬쉬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아의 아버지 A씨에 따르면 12일 밤 딸이 "아빠 화내면 안 돼"라며 한 살 위 오빠들이 치마를 들치고 중요부위를 만졌다고 말했고, 이에 A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유치원 측은 "발달과정에 있는 아이들 사이의 장난"이라고 생각해 가해 부모에게 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없어, A씨는 가해 남아 부모들에게 성추행하거나 동참한 아이들이 재발방지를 위해 성교육을 확실히 받겠다는 확인서를 요구했으며, 경찰은 유치원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여아'이다. 어린 시절 겪은 이처럼 충격적인 경험을 한 경우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란 정신건강의학이나 심리학에서 '마음에 깊이 상처를 입힌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가리키며, 사건의 크기에 따라 전쟁·성폭행 등의 '큰 트라우마'와 일상 속 사소한 행동·말 등에 의한 '작은 트라우마'로 나뉜다. 물론 모든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을 경험할 때 당시 공포·불안·두려움 등을 크게 느끼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뇌의 편도와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뇌 안쪽 변연계의 편도와 해마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협업해 처리하고 저장한다. 이때 편도는 '무의식', 해마는 '의식'과 연관된 반응과 기억을 담당한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될 정도의 상황에 맞닥뜨리면 편도와 해마의 협업 시스템이 붕괴된다. 불안이나 공포 등의 감정은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완화와 안정을 담당하는 세로토닌을 감소시킨다. 이 때문에 편도가 평소보다 과하게 활성화되고, 해마는 억압되는 것이다. 해마의 역할이 적어지면 기억 저장 시스템이 닫히게 돼, 트라우마는 대부분 편도에 저장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편도에 저장된 트라우마는 기억 조각으로 분리돼, 이를 연상시킬 수 있는 작은 단서에도 편도의 기억이 밖으로 인출된다. 당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빛·냄새·소리·사람 등이 있으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렇게 남은 트라우마는 이후 우울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질환·무기력함·집중력 감퇴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
따라서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통해 안전하고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만약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생겨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를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알아냈는데도 후유증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치유하거나, 별도의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