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공감과 소통 장애 유발 ‘샌드위치증후군’
노은지 기자 | 사진: 헬스조선DB / 일러스트: 유사라
입력 2014/09/24 16:46
마음의 휴가를 보내자
현대인 중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만, 중간에 끼인 사람의 스트레스만큼 심한 것이 또 있을까. 양쪽 처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양쪽 모두를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양쪽에서 미움이나 원망을 사기도 한다. 소통이 쉬울 리 없다. 도저히 접점을 찾지 못할 때, 불필요한 오해를 양쪽 모두에게 받게 될 때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약이라며 두고 볼 상황만은 아니다. 그냥 두다가는 눌린 샌드위치 사이로 빠져나간 양상추 조각처럼 어느 새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튕겨 나갈 수도 있다. 샌드위치증후군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공감과 소통 장애 유발 ‘샌드위치증후군’
‘업무에 의욕이 없다. 일하기 싫고, 아무리 애를 써도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심지어 일을 잘 끝내도 성취감이 없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자꾸 사람도 만나기 싫다.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다.’
일명 ‘낀세대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샌드위치증후군’ 증상이다. 의학적으로 규정된 정식 질병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처럼끼인 상황의 사람이 겪는 스트레스증후군이다. 직장에서 중간에 끼인 중간관리자나, 직장과 가사를 함께 해야 하는 여성 직장인, 열심히 일했는데 고령화사회에서 경제적 압박을 받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보통 이 증후군을 많이 겪는다. 유대현 교수는 “공감과 소통에 큰 장애를 일으키는 증후군이기 때문에 정신건강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샌드위치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고, 시어머니나 자식을 바꿀 수도 없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샌드위치 상황을 더욱 못 견디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유 교수는 “두 세대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불안 증상의 하나인 강박적 경향과 완벽주의 경향이 나타난다”며 “이는 갑자기 사표를 내거나, 윗사람에게 갑자기 심한 말을 하는 등의 돌발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으로 이상 증상을 겪기도 한다. 벗어날 수 없는 샌드위치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코티솔’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데, 이는 소화불량, 불면증, 불안, 우울감, 기억력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상황을 더욱 못 견디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완벽주의나 강박 성향을 보이게 된다."
현실에서 거리를 두자 ‘마인드바캉스 훈련법’
샌드위치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지친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뇌 안에 있는 ‘감성ㆍ충전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마인드바캉스 훈련법’이 그것이다. 맹렬히 작동하던 전투 시스템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치열한 삶에서 한발 거리를 두는 방법이다. 뇌를 이완시키고 충전 시스템을 활성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은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을 많이 시행한다. 유대현 교수는 “하루 10분이라도 외부 정보와 연결을 끊는 단절 훈련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외부 정보와 전투를 잠시 내려놓을 때 내면의 감성ㆍ충전 시스템의 스위치가 켜지게 된다”고 말했다. 마인드바캉스를 실천해 보자.
<마인드바캉스 훈련법>
1.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 주 1회 감상하기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만 보게 되면 내 마음의 슬픈 측면을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든다. 이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고, 현실과 실제 감정 사이의 괴리감을 크게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2.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여유롭게 몸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걸으면 뇌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3.일주일에 시 3편 읽기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일주일에 한 번 친한 벗과 대화하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은 내 마음을 바라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거스를 것 없는 벗과 공감 능력을 올리면서 대화하면 여유가 생긴다.
5.스마트폰 꺼두기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 단절하면 내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6.조용한 곳에서 밥 음미하며 먹기
음식의 색깔, 냄새,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먹는 ‘천천히 먹기’는 자신의 내면 세계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7.세 번 깊게 호흡하며 호흡의 흐름 느끼기
출근해서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혹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면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호흡의 흐름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