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바이러스가 기면병 일으킬 수 있다고?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H1N1은 2009년 전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다수의 환자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감염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 바이러스는 기존에 있던 신종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아형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본래 돼지에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였는데, 유전자 재편성 과정에 의해 돼지 몸속으로 들어온 또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와 뒤섞여 사람 간에도 전염이 가능한 형태로 변이한 것이다.

문제는 H1N1이 유행할 때 전세계의 기면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 1348명, 2009년 1447명, 2010년 1451명이었던 기면병 환자 수가 2011년 1817명, 2012년 2356명으로 최근 급증했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는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는 것으로 보아, H1N1과 기면병에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심한 학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 사진=헬스조선 DB


바이러스와 기면병의 관계는 백신과 기면병이 관련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웨덴·아이슬란드·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에서 H1N1 예방백신을 맞은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기면병을 경험할 확률이 9배 높았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 세계적인 과학 저널 ‘과학 중개 의학지(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된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도 백신과 기면병의 관계를 뒷받침한다. 손영민 교수는 “해당 연구는 백신 속 항원의 단백질 구조가, 기면병을 일으키는 세포의 단백질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백신 속 항원의 단백질 구조가 뇌의 하이포크레틴(각성과 수면에 관여하는 신경 물질)을 파괴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세포의 단백질 구조와 비슷해서, 몸속에 들어간 백신 항원이 하이포크레틴을 파괴하는 세포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면역교차반응’이라 한다.

손영민 교수는 “백신 속 항원은 어차피 바이러스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바이러스가 기면병을 일으킨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만, 백신이 기면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유추해 봤을 때 바이러스도 충분히 기면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면병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병이다.  ▷갑자기 근육에 힘이 빠지거나 ▷밤에 잘 때 가위에 눌리는 것처럼 마비증상이 오거나 ▷잠이 들고 깰 때 환각을 느끼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기면병은 뇌의 '히포크레틴'이라는 세포가 줄어서 생기는 수면장애다. 히포크레틴이 왜 줄어드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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