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세상사 온갖 일에 상처 덜 받는 능력 키워두세요!
기획 헬스조선 편집부 | 글 강희철(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입력 2013/10/25 09:00
당신의 완충능력은 안녕하십니까?
한 아이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니?"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두엄'이라고 소개했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섰을 남자아이의 이름이 두엄이라니.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아빠가 지어 주셨는데 '비료'라는 의미래요. 남을 도와주고 건강하게 해주라는 의미로 지어 주셨어요."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받을 수 있는 이름인데, 아이는 당당했다.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완충능력을 생각했다. 아이가 자기 이름에 당당한 것은 마음에 외부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완충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도 완충능력이 필요하다
완충능력이란 외부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자동차에서 우리가 '쇼바'라고 부르는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를 생각하면 된다. 쇼크업소버가 없으면 길에 조그만 요철이 있어도 차 안에 있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충격이 크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10여m를 뛴 후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면 무릎에 완충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또 쪼그려 앉아 잠깐 일한 후 그날 밤에 허리가 아프다면 그 일을 할 만한 완충능력이 모자란 것이다. 인체에서 완충능력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주는 보호막이다. 즉, 모든 질병과 증상은 우리 몸의 완충능력 한계치를 넘길 때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착한 습관이 모여야 건강 챙긴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마비나 치명적인 심장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27% 더 높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레아 카힐 박사 연구팀은 "미국의 45~82세 남성 2만6902명의 건강상태를 16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1572명에게서 심장 질환이 발생했다"며 "꾸준히 아침을 먹은 사람은 심장마비 위험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간헐적 다이어트라는 일시적 금식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아침식사를 반드시 하라는 의학상식과 상충한다.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가 아는 건강 상식의 속을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건강 정보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 작용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사람이 건강한 이유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소 건강한 습관을 유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 단순히 아침밥을 먹기 때문은 아니다. 즉 중요한 것은 '밥'이 아니라 '습관'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은 완충능력(건강한 습관)이 모여 건강해진다. 결코 한 가지 사실이나 단편적인 행동으로 건강해질 수는 없다.
지금이 완충능력을 충전할 시간
요즘 건강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무게중심을 잡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정보에 솔깃하고 저 정보에 휩쓸린다. 하지만 정보 중에는 틀린 것도 많다. 실제로 전립선암을 낮추는 데 오메가3가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최근 보고에서는 오히려 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영양제가 질병 발병률을 오히려 높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는 건강을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내가 취해야 할 건강법을 적어놓고 여유 있게 시작하면 몸은 완충능력을 만들 수 있다. 주변에서 수시로 들려오는 자극적인 건강 정보에 미소 지으면서 지긋이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물론 내가 지키는 건강 습관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어떤 방법은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건강 습관을 얼마나 자주 시행하는지이다. 한 번에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실천해서 몸의 완충능력을 늘려야 한다. 몸이 약해지는 지금일수록 완충능력이 더 필요하다.
Mini Profile
강희철 교수는…
헬스조선 시니어의 건강 멘토로,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세대 건강센터 소장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음주와 건강에 대한 이슈에는 항상 등장할 만큼 건강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번 호부터 강희철 교수의 '시니어의 건강관리'를 주제로 한 힐링 에세이가 3개월간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