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대장균을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뿐만 아니라 요도를 타고 방광염을 일으킬 수는 해로운 장내 세균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대장균으로 휘발유를 추출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대장균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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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 DB

대장균이 해만 끼치는 미생물이 아닌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우선, 대장균은 비타민K, 비타민B5, 바이오틴을 합성해 대장에서 흡수되게 한다. 이들은 음식 섭취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장에서 수시로 생성되기 때문에 결핍증은 없지만, 대장균이 없으면 이들을 합성할 수 없게 된다.

대장균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 대장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한다. 더구나, 대장균 자체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대장에 구멍이 뚫려 복강 내로 대장균이 들어오면 기회 감염(병원성이 없거나 미약한 미생물이 극도로 쇠약한 환자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소에 비병원성이었던 대장균이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식중독을 발생시키는 병원성 대장균(E. coli O157)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대장균은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이 되고 있다. 분자생물학의 대표적인 실험 기법의 하나인 클로닝(필요한 유전자의 수를 증폭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균으로 알려졌다. 대장균은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해도 병원성이 다른 세균에 비해 약해 안전하고 가장 많이 연구한 세균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1921년 인슐린이 당뇨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초창기에는 돼지의 인슐린을 분리해 사용했으나, 1970년대 클로닝이 개발된 후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해 대장균이 사람 대신 만들어주는 인슐린을 분리해 사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