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옷장을 열면 당신 마음이 보인다
취재 김민정 기자 | 사진 김범경(St.HELLo)
입력 2013/05/31 09:00
입고 있는 옷으로 파악하는 여성 심리 이야기
여자의 옷차림은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충동적으로 쇼핑하는 여성, 노출이 심하거나
헐렁한 옷만 입는 여성, 브랜드에 집착하는 여성 등 옷입기를 통해 본 여성의 심리가 흥미롭다.
옷장을 열어 보자.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나의 심리는 무엇일까.
Case 1 검은색 옷만 입는 패션우울증
검은색·회색 등 무채색 계열 옷은 특히 우리나라 여성이 좋아하는 컬러다. 거리에 나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특정 색을 고집하는 것은 항상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이런 여성은 패션우울증이다. 따분하고 단조로운 옷차림은 무기력감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조로움이 지나치면 지루함을 넘어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검은색을 즐겨 입는 여성은 정체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직장 생활에 변화가 없으면 정체를 겪는다. 이런 여성은 처한 상황이 변화하기 쉽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번 어두운 색 옷을 입는다면 그것부터 바꾸자. 색은 기분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무채색이 아닌 밝은 색 옷을 입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나 백으로 포인트를 주자.
Case 2 헐렁한 옷만 입는 외모혐오증
여성들을 어릴 때부터 “여자는 뚱뚱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나이를 먹고 출산을 하면서 체형이 뚱뚱하게 변하는데, 그럴수록 외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또한 요즘같이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마른 몸매가 아름다운 모습이며, 뚱뚱한 몸은 창피한 모습
이라고 규정짓는다. 이로 인해 자신의 신체 사이즈가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자신의 외모를 혐오한다. 채정호 교수는 “몸이 작아 보이게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은 자신을 숨기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외모혐오증은 자신의 신체 결함을 과장해서 인식하고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신체이형장애의 한 형태다.
Case 3 오래된 옷 못 버리는 저장강박증
옷을 모을 줄만 알고 버릴 줄 모르는 여성은 저장강박증이다. 저장강박증은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강박장애, 식이장애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여성은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안정감을 얻기 위해, 내면의 상처 때문에, 추억이 담겨 있어서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채정호 교수는 “옷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강박증과 관련 있으며, 현실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매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옷을 버리면 나중에 필요할 때 입지 못하게 되므로 무엇이든지 완벽하게 준비해 두려는 완벽주의와도 통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강박적으로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을 ‘호더(Hoarder)’라 부른다. 그들은 물건을 버리지 못해 남이 보기에는 쓰레기 같은 온갖 물건을 모은다. 근본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가족 내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원인이 있다고 추측한다.
Case 4 명품만 찾는 브랜드집착증
명품을 구입할 때 우리는 단순히 옷만 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브랜드와 연관된 모든 것을 산다. 즉, 브랜드를 걸쳤을 때의 느낌을 사는 것이다. 브랜드에 집착하는 여성은 외적으로 돋보이는 것을 통해 자기만족을 느낀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고민하는데, 심하면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우울함을 느낀다.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낮거나 우울증을 앓는 여성이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에 걸려 브랜드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단순히 명품을 좋아하는 것과 브랜드집착증에 빠지는 것은 다르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생활에 방해되는 수준에 이르렀느냐’ 하는 것이다. 명품을 사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는 경우는 브랜드 집착증에 해당한다.
Case 5 노출이 심한 옷만 입는 과다노출증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너무 짧거나 꼭 맞는 옷만 골라 입는 여성이 있다. 이런 옷차림을 대부분 부적절한 옷차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본인은 예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채정호 교수는 “이런 여성은 일차적으로 남 앞에서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며, 좀더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열등감이 심하고 남이 자신을 인정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노출이 심하거나, 지나치게 심한 성적 표현을 하는 옷을 입는 여성은 어릴 때 신체에 대해 놀림을 당했거나, 가족에게 성적학대를 받았을 수 있다. 과다노출증 여성은 남들이 자신의 옷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하고, 때와 장소에 적절한 옷을 선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노출이 심하다고 무조건 예쁜 옷차림은 아님을 기억하자.
Case 6 사고 또 사는 쇼핑중독증
충동적으로 쇼핑하는 여성이 적잖다. 이런 여성은 삶에 대한 불안감, 돈이 떨어져 가는 우울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충동적으로 쇼핑한다. 쇼핑하면 두뇌에 있는 보상 센터인 중뇌 변연계가 자극되고, 도파민이 분비돼 불안감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2010년 발표된 한 연구 논문에서 쇼핑중독증과 도파민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실험 대상자에게 도파민을 투여하자 강박적 쇼핑 장애를 포함한 충동조절장애 발병률이 증가했지만, 도파민 투여를 멈추자 발병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채정호 교수는 “충동은 내적 충동이 지나치게 오르는 경우와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조합돼 중독이 나타난다.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내적 충동을 억제하는 고위중추 기능이 잘 유지되지 않으면 충동적 쇼핑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뭔가를 사고 싶은 욕구는 불안감에서 오는 경우가 흔하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불안감을 있는 그대로 느끼거나, 쇼핑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불안감을 제대로 느끼지 않거나 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서 위안을 찾기 위해 계속 쇼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Health Tip 옷입기와 관련된 특정 증세가 지속되면 치료 필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우울증, 불안, 식이장애 등의 증상과 옷의 관계를 연구해 실제 임상 치료에 적용하는 ‘패션치료법’이 어느 정도 보편화된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리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옷차림을 참고하는 정도다. 채정호 교수는 “옷입기와 관련해 나타나는 다양한 증세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기호이므로, 이런 증세로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증세가 지속됨으로써 고통이 너무 심하거나, 옷을 사느라 학교나 직장 생활에 장애가 생기거나, 너무 꼭 맞는 옷을 입어 혈행 장애가 오는 등 해로움이 생기면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