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전문화가 사고 위험 높여
美 존스홉킨스대학 전문가
병원서 지켜야할 33가지 권고
#2. 직장인 B씨. 기침이 나고 목도 아프고 열이 있었다. 동료 C씨가 자신의 증상과 비슷하다며 감기약을 줬다. 이를 먹은 B씨에게 얼굴과 목이 퉁퉁 붓는 급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 급히 찾아간 병원 의사는 호흡곤란으로 사망위험이 높다고 판단했다. 기도에 관을 넣으려 했지만 불가능한 상태여서 기도에 구멍을 뚫었다.
#3. D씨는 가슴 두근거림이 심해 병원 응급실에 갔다. 심장의 한 부분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이었다. D씨의 병력, 복용 약 등에 대한 의료진의 질문을 받고, 아들은 작년에 침대에서 낙상한 사실만 말했다. D씨는 그 날 간단한 전기자극치료를 받고 귀가했는데, 다음 날 오후 혈전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D씨는 몇년 전에도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적이 있어 항응고제 투여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들이 병력을 알리지 않은 탓에, 의사는 혈관이 터질 위험이 있는 항응고제 투여 대신 전기자극치료만 했던 것이다.
위의 세가지 사례는 병원이 체계적인 안전 시스템을 갖춰 인증을 받고, 의료진이 철저히 안전수칙을 지켜도 의료사고를 완벽하게 막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의사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을 치료했다. 부러진 뼈도 맞추고, 폐렴도 고치고, 약초도 직접 구했다. 반면 현대 병원은 수십 개의 진료과와 전문 분야가 있다보니 자기 분야의 의료 지식의 깊이는 깊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틈'이 생겼다. 이 틈은 병원과 의료진이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환자 안전 분야 연구원인 정헌재 박사(인터뷰 D2면)와 건강 교육 전문가 윤혜연이 최근 펴낸 책 '병원사용설명서(비타북스)'는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안전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틈을 메우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박사는 전 세계 환자 안전 사고 유형과 논문, 병원 시스템을 분석해 환자가 병원에서 꼭 지켜야 할 안전수칙 33가지를 정리했다.
상황별 행동 요령
의사 말 중얼거리며 받아 적어라
진료실
증상이 시작된 시기를 묻는 의사의 질문에 많은 환자들은 “좀 되었어요”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현한다. 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해 의사가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환자는 증상, 과거에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병 등 모든 정보를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증상, 병력, 최근 한 달간 복용한 약 등을 미리 써 놓으면, 메모를 보면서 의사에게 이야기 하거나 메모를 직접 보여줄 수 있다. 짧은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도 있다.
의사가 하는 말을 받아 적는 습관도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의사가 하는 말을 다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의사의 설명을 소리내어 반복하면서 메모를 하면, 혹시 환자가 잘못 이해했더라도 의사가 즉시 정정할 수 있다.
모든 의료진에게 이름·나이 밝혀라
검사·입원·수술실
큰 병원에는 이름이 같은 환자가 의외로 많다. 따라서 의료진을 대할 때마다 반드시 “45세 OOO입니다”와 같이 자기 이름과 나이를 알려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해당되는 검사·수술·약 처방 등을 다른 환자의 것과 혼동하지 않는다. 입원 환자 중에는 간호사나 의사가 자꾸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라고 묻는 것을 귀찮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환자 안전에 꼭 필요한 것이니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 방문객은 입원실을 드나들 때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감염 방지를 위해 손을 씻어야 한다. 물과 비누로 씻을 경우 수건으로 손을 닦는 과정에서 다시 더러워질 수 있으므로 알코올성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
수술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수술 부위에 미리 O, X 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로 지워지게 해서는 안된다. 팔, 다리 등 짝으로 존재하는 부위를 수술할 경우 양쪽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 표시를 해둔 것이다.
증상 같다고 남의 약 먹지 말아라
약국
약국에서 남의 약과 내 약이 바뀔 수 있다. 내가 약을 잘못 받으면 원래의 약 주인에게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약 포장에 적힌 이름과 나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같다고 남의 약을 먹어서도 안된다. 약은 체중에 맞춰 용량을 미세하게 조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르는 약은 무조건 먹으면 안된다.
입원 중에 약을 받을 때는 정해진 시간에 자기 침대에서 간호사를 기다렸다가 제 때 투약해야 한다.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복용할 때가 많은데, 식사를 끝내고 산책이나 잡담 등 다른 일을 하다가 약 먹을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약을 나눠주거나 주사를 놓는 간호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약물 투여 때 가장 위험한 것이 ‘주의 분산’이다. 응급상황과 관련된 게 아니라면 간호사의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약물 복용 후 한두 시간 내에 호흡이 가빠 숨을 쉴 수 없거나, 가슴이 뛰거나, 몸의 어느 부분이 지나치게 붓거나 가렵거나 반점이 생기는 등의 반응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전화하고, 증상이 심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예방주사의 경우는 30분 정도 병원 근처에 머무르면서 관찰하는 것이 좋다. 주사는 먹는 약에 비해 알레르기 반응이 훨씬 빨리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