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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공포 조장은 잘못… 환자가 안전에 참여해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병원사용설명서' 저자 정헌재 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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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재 박사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환자 스스로가 안전하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환자 안전 수칙을 담은 책 〈병원사용설명서〉의 저자 정헌재 박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보다 안전한 병원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양성 과정을 밟은 '환자 안전'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는 "요즘 '약은 백해무익' '의사를 믿지 못할 수십가지 이유' 등 병원과 의사를 불신하는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근거도 불충분하지만 설령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병원, 의료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본인 이름·나이 수시로 확인하기', '손씻기' 등과 같이 환자가 지킬 수 있는 간단한 환자 안전 수칙과 함께, 1~2분 밖에 안되는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요령도 알려준다. 또 병원 곳곳에 숨어 있는 안전장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정 박사는 2005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공중보건 분야의 유일한 외국인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가 유학길에 오르기 2주 전, 아버지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정 박사는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11개월 간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았다. 자신이 의사였지만 그는 환자 보호자로서 뭘 해야 하는지, 무슨 검사를 받으라는 것인지 몰라 막막할 때가 많았다. 정 박사는 "그 경험이 바탕이 돼 환자 입장에서 병원 이용을 잘 하는 법에 대해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병원은 더욱 전문화될 것이고 역할 분담이 세분화되면서 안전을 저해할 빈 틈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틈을 막기 위해 환자도 병원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는 "병원과 환자가 신뢰를 가지고 안전의 벽을 함께 쌓으면 벽이 더 두꺼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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