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오줌싸개 아이, 혼내면 더 못 고칩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03/06 09:20
男요실금, 10대 미만 20% 넘고 과민성 방광 16%는 5~12세
야단치면 아이 자존감만 떨어져
-배뇨습관 교정하면 고칠 수 있어
하루 6회 정도 소변 보게 하고 방광이완제 복용하면 도움돼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실금(원치 않게 소변을 지리는 것) 환자를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10대 미만(22.43%)이 가장 많았다. 만 5세 아이의 15%는 밤에 자다가 오줌을 싸는 야뇨증을 갖고 있으며, 소변을 못 참거나 지나치게 자주 보는 과민성 방광의 유병률은 만 5~12세의 경우 16.6%나 됐다.(대한소아배뇨장애야뇨증학회)
◇소변 지리면 심리적 문제 생겨
배뇨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 등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길병원 비뇨기과 정한 교수는 "이런 아이는 친구 집에 놀러가거나 캠프 등을 꺼리고, 혼자 놀며 우울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배뇨 문제를 방치하면 정서 발달과 성격 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한소아배뇨장애야뇨증학회에 따르면 야뇨증이 있는 아이는 다른 아이에 비해 자긍심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야뇨증을 치료하면 보통 아이 수준으로 회복된다.
◇야단치는 건 도움이 안돼
아이가 소변에 문제가 있다고 야단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오미미 교수는 "야뇨증은 아이의 의지로 조절하지 못한다"며 "부모가 화를 내고 윽박지르면 치료는 안되고 아이의 자존감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키가 늦게 크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소변을 가리는 시기가 늦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낮에 소변을 지리거나 자주 보는 경우에도 소변을 참게 하지 말고 하루 6~7회 적당한 간격으로 소변을 보게 하는 게 좋다. 이 때 마시는 물의 양을 줄이면 안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배뇨 습관을 교정하고 약을 처방할 필요도 있다. 일산병원 비뇨기과 이석영 교수는 "가급적 초등학교 저학년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방치하면 방광 변성, 요도괄약근 이완, 콩팥 염증처럼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요실금= 컴퓨터 게임 등에 몰입하면서 소변을 제 때 못 보거나, 청량음료·카페인 음료 섭취가 늘면서 방광과수축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한 교수는 "여자 아이는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공중화장실 이용을 꺼려 소변을 참다가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인이 되는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소변을 제 때 보도록 해야 한다. 방광과수축을 억제하는 약인 방광이완제(항무스카린제) 등을 쓰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야뇨증= 소변을 가릴 나이가 지났는데도 밤에 자다가 오줌을 싸는 것을 말한다. 만 5세가 넘은 아이가 일주일에 2회 이상, 3개월 넘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소변이 닿으면 큰 소리가 나는 야뇨경보기를 이용한다. 아이의 팬티나 이불 아래에 야뇨경보기를 넣어 소리가 나면 아이가 깨어나 화장실에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치료는 소변이 마려울 때 신체에서 보내는 신호를 깨닫게 하고, 방광 용적을 넓혀 밤에 소변을 안보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오미미 교수는 "치료 기간은 2~3개월로 길지만 재발이 적다"고 말했다. 항이뇨호르몬제를 3개월 정도 같이 쓰면 효과가 더 좋다.
▷과민성방광=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뇨, 소변을 하루 8회 이상 자주 보는 빈뇨가 특징적인 증상이다. 방광은 납작한 상태에 있다가 소변이 다 차면 소변이 마려운 게 정상이다. 그러나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을 보라'는 신호가 와 소변을 자주 보거나 참지 못하는 것이다. 정한 교수는 "소변이 마려울 때마다 2~3분 기다리면 요의가 사라져 소변을 제 시간에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방광이완제를 같이 쓴다.
간혹 아이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어서 배뇨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는 ADHD를 치료해야 한다. 변비는 배뇨장애를 악화시키므로 치료 전 변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