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면마취제(프로포폴), 용량 조금만 많아도 생명 위협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01/30 09:09
[마취에 관한 오해와 진실]
전신마취, 자발적 호흡 못해… 부위마취, 의식있고 호흡 가능
마취의사 없이 하는 수면마취, 사고 위험은 전신마취와 비슷
하지만 전문가들은 "간단한 수술은 있어도 간단한 마취는 없다"고 말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아무리 작은 용량을 써도 마취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취의 종류와 위험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의식의 유무에 따라 전신마취·부위 마취로 구분
마취는 크게 전신마취와 부위마취로 나뉜다. 전신마취는 정맥으로 마취제와 근이완제를 주입, 의식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를 잠들게 해 수술 중 각성을 막고 통증 등 불쾌한 감각을 없앤다. 근육도 이완시키므로 수술이 쉬워진다.
마취 상태에서는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하므로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씌운다. 이때 기도를 통해 흡입 마취제도 투입한다.
경막외마취는 척추신경을 싸고 있는 경막 바깥의 아주 작은 공간에 국소 마취제를 투여하며 가슴, 허리, 엉덩이만 부분적으로 마취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이나 분만 통증을 없애는데도 쓰인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종석 교수는 "척추마취는 경막외마취보다 마취 작용 시간이 빠르고 효과가 확실한 반면, 호흡이나 심장 기능에 부작용을 미칠 위험이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를 더욱 잘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마취가 더 위험
내시경 검사 때 하는 수면마취는 정맥에 마취제(프로포폴, 미다졸람 등)를 놓아 잠들게 함으로써 통증이나 불편한 기억을 없앤다. 전신마취처럼 깊은 잠을 자는 것은 아니며, 마취 중이라도 가벼운 자극에는 반응한다.
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홍기혁 교수는 "수면마취는 전신마취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마취제 프로포폴은 동일한 용량을 주입해도 사람에 따라 반응정도가 다른데다, 용량이 조금만 많아도 혈압이 낮아지고 숨 쉬기가 어려운 위급상황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는 마취과 의사 없이 진단자나 수술 시행자가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프로포폴을 쓰는 병원 중 89%는 마취과 의사 없이 수면마취를 했다.
미국마취과학회에서는 수면마취 담당 의사는 시술을 하지 않아야 하며, 독립적으로 환자의 상태(호흡·맥박·혈압 등)를 감시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보고된 수면마취 사고 25건, 전신마취 사고 29건을 분석한 결과, 두 마취 모두 호흡기계 부작용이 가장 많았다. 마취 중 기도가 막히거나 뇌의 호흡 중추 기능이 떨어져 호흡이 안 되면서 저산소증으로 장기가 손상된 경우였다. 한양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동원 교수는 "수면마취와 전신마취의 사고의 위중도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