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51·서울 강북구)씨는 겨울이 되면서 평소 겪던 두통·무기력함·요통이 심해졌다. 몸살인 줄 알고 감기약을 먹었지만 낫지 않았고,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을 다녀봤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찾아간 병원 의사에게서 "신체화증후군일 수 있으니 정신건강의학과를 가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겨울에 심해지는 신체화증후군

날씨가 추우면 몸이 으슬으슬하고 무기력하거나, 속이 더부룩하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를 날씨나 연말 술자리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신체화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 신체화증후군이란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데도 몸 곳곳에 만성적인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요통, 경련, 현기증,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에게 신체화증후군이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약국에서 진통제 등을 사 먹는 경우가 많지만 일시적으로 완화될 뿐이고, 해당 부위의 통증은 사라지더라도 다른 부위에 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홍석 교수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뇌의 영역과 신체적 통증을 느끼는 뇌의 영역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함께 활성화 돼 신체화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며 "병의 근본이 되는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찾아 치료하지 않으면 쉽게 낫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체화증후군은 겨울에 특히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겨울에는 외로움이나 스트레스가 커지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받아야

환자 상당수는 자신의 신체 증상이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지 못하고 재활의학과, 신경과, 내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홍석 교수는 "이 때문에 신체화증후군 진단을 받기까지 길게는 2~3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 사이 위장약, 진통제 등을 사 먹거나 처방받아 위장장애, 심장 두근거림, 성욕 감퇴, 자율신경계 불안정 등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홍석 교수는 "통증이 있는데,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빨리 정신과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스트레스를 줄이는 정신과적 치료를 6개월 정도 잘 받으면 증상이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