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심해지는 신체화증후군
날씨가 추우면 몸이 으슬으슬하고 무기력하거나, 속이 더부룩하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를 날씨나 연말 술자리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신체화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 신체화증후군이란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데도 몸 곳곳에 만성적인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요통, 경련, 현기증,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에게 신체화증후군이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약국에서 진통제 등을 사 먹는 경우가 많지만 일시적으로 완화될 뿐이고, 해당 부위의 통증은 사라지더라도 다른 부위에 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홍석 교수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뇌의 영역과 신체적 통증을 느끼는 뇌의 영역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영역이 함께 활성화 돼 신체화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며 "병의 근본이 되는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찾아 치료하지 않으면 쉽게 낫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체화증후군은 겨울에 특히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겨울에는 외로움이나 스트레스가 커지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받아야
환자 상당수는 자신의 신체 증상이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지 못하고 재활의학과, 신경과, 내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홍석 교수는 "이 때문에 신체화증후군 진단을 받기까지 길게는 2~3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 사이 위장약, 진통제 등을 사 먹거나 처방받아 위장장애, 심장 두근거림, 성욕 감퇴, 자율신경계 불안정 등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홍석 교수는 "통증이 있는데,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빨리 정신과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스트레스를 줄이는 정신과적 치료를 6개월 정도 잘 받으면 증상이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