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꼿꼿한 허리 튼튼한 관절⑫ 인대염] 소염제 쓰면 오히려 치료 방해돼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입력 2012/10/24 08:50
통증으로 생활하기 상당히 힘든데도 의사는 "이상이 없으니 물리치료만 받으라"는 경우가 많다. 이런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무릎, 팔꿈치, 어깨, 발목같이 움직임이 많은 관절 부위에 주로 생긴다. 대개 이러한 질환 이름은 맨 끝에 '~염'이란 말이 붙는다. 외측 상과염(테니스 엘보), 무릎 인대염(무릎 통증), 아킬레스염(발바닥 통증), 족저근막염(발바닥 통증)이 대표적이다. 이런 관절 부위 염증을 인대염이라고 통칭한다.
인대는 관절을 이루는 뼈 사이에서 관절을 안정되게 유지하고 뼈와 뼈를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관절은 늘 움직이는 부위이기 때문에, 과다 사용으로 인한 손상이 많고 부상 위험도 크다. 다칠 때는 강하고 단단한 중심 인대보다 뼈와 뼈를 이어주는 부위에 크고 작은 손상이 많다. 이런 손상은 눈에 띄지 않고 검사에 잘 나타나지도 않으며, 사소한 질환이라고 생각해서 고가의 검사는 잘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고질적인 만성 통증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가 생긴 환자에게 "인대염"이라고 말해 주면 균이 침입해서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오해해서 불안해 한다. 염증은 영어로 'inflammation'이라고 하며, 인체의 조직이 손상됐을 때 치유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통칭한다. 일반인은 염증을 세균이 몸에 들어와서 일으킨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영어로 'infection'이라고 하는 다른 증상이다. 물론 세균 감염도 우리말로는 끝에 '~염'이 붙지만, 이 때는 화농성 관절염, 화농성 척추염처럼 앞에 '화농성'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그런데, 인대염이 생긴 조직을 검사해보면 실제로 염증 반응은 없다. 염증이 생기려면 우선 손상이 있어야 하고, 손상 부위에서 염증 세포가 발견돼야 하는데, 인대염 부위에서는 이런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많이 써서 닳아버린 인대 조직이 발견된다.
이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이야기이지만, 치료에 굉장히 중요한 방향 전환을 가져온다. 정형외과는 염증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진통제와 소염제를 쓰는데, 대부분의 진통제는 소염 효과도 있기 때문에 진통소염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인대염은 이름과 달리 염증이 없기 때문에 소염제가 필요 없다. 오히려 소염 효과가 치료 과정을 방해한다고 본다. 따라서, 인대염에 소염 효과가 있는 진통제를 남용하면 안된다.
최근의 치료법은 인대 과다 사용을 억제하면서 닳아버린 조직을 재생하는 것이다. 고농도 포도당 주사인 프롤로를 놓거나, 관절에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드물게는 수술도 하지만, 프로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은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