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모(24)씨는 최근 잔기침이 늘고 숨이 막히다는 얘기가 부쩍 잦아진 아버지(55)씨가 걱정이다. 그동안은 연세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교양수업시간에 들은 COPD(만성폐쇄성폐질환)가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나이들면 다 그렇다"고 흘려 들으시는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갈 방법을 궁리 중이다.

◇감기·천식으로 착각하면 안돼
COPD는 기관지에서 허파꽈리에 이르는 기도(氣道)가 좁아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병이다. COPD는 흡연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매년 60만 명 이상이 병원 진료를 받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호흡 곤란은 서서히 진행되며, 기침과 가래를 동반하기 때문에 흔히 감기로 착각한다. COPD는 폐기능이 50%이상 손상되기 전에는 잘 알기 힘들다. 어느 날 갑자기 숨쉬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지속적으로 나빠지기 때문이다.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잔기침이 계속돼도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병이 심해지면 저산소증·진행성 호흡곤란 등으로 이어지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결국 폐포가 완전히 굳으면서 호흡을 전혀 못하게 돼 사망한다.
◇50대 이상 환자 크게 늘어
환자는 40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50대 이후 급증한다. 2010년 COPD 환자 중 50대 이상이 63.7%였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환자 수는 매년 60만 명 수준이지만 COPD와 관련된 진료비는 2006년 844억 원에서 2010년 1056억 원으로 25% 늘었다. 초기부터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급성악화가 반복되는데 이로 인한 잦은 입·퇴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담배를 피웠거나 위험 환경을 오래 접한 50대 이상이 다른 사람과 같이 걸을 때 자주 뒤쳐지거나 같은 속도로 걷기 힘들면 COPD를 의심해 봐야 한다.
◇심혈관질환·골다공증 일으켜
COPD는 숨쉬기가 힘든 병이기 때문에 COPD 환자는 움직이기 힘들어 운동량이 부족해진다. COPD 환자는 우울증·수면장애·심혈관질환·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이 흔하게 생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조기 검진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COPD는 폐기능 검사로 알 수 있는데, COPD와 가장 관계가 많은 지표는 ‘최대한 깊게 숨을 들이쉰 후 1초 동안 얼마나 많이 내 뿜느냐’를 보여주는 ‘노력성 호기량 검사’(FEV1)의 수치다. 건강하면 처음 1초 동안 들이마신 숨의 80% 정도를 불어낼 수 있는데, 70% 이하면 COPD로 진단한다. 70% 이하면 촛불을 끄기 힘든 수준이다.
최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전문적인 진단 장비가 없는 일선 의원에서도 COPD를 쉽게 진단할 수 있도록 진료지침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FEV1을 측정하고, 곧바로 숨을 들이마신 뒤 6초간 내쉬는 숨의 양(FEV6)을 또 측정한다. 그 결과 FEV1이 FEV6의 73% 미만이면 COPD로 진단한다.
안중현 교수는 “COPD는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COPD의 가장 큰 원인인 담배를 끊는다고 폐기능이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스피리바 같은 흡입형기관지확장제를 초기부터 사용하면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