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검사를 하면 위내시경을 하지 않고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운 과민성장증후군의 진단에도 호기검사가 유용하게 쓰인다. 호기검사의 장점은 비교적 간단하고, 고통스럽지 않으며, 정확도도 높다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요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날숨 속에 들어 있는 '요소' 성분을 확인하면 내시경을 하지 않아도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요소 호기 검사'라고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기돈 교수는 "위에는 요소 분해 효소가 없으므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약이 그대로 장으로 내려가 배설된다"며 "하지만 균에 감염된 사람은 헬리코박터균이 요소를 분해, 날숨에 약에 든 동위원소가 섞여 나온다"고 말했다.
요소 호기 검사는 위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만큼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약물을 썼기 때문에 어린이나 임신부는 검사를 받을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비방사성 동위원소 약물이 개발돼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요소 호기검사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항생제 치료를 한 뒤 결과를 확인할 때 특히 유용하다. 검사 비용은 1회 4만~5만원 선.
4시간 전부터 금식한 뒤 300ml 비닐 팩에 숨을 내쉰다. 이후 동위원소(C13)가 들어간 100mg짜리 요소(尿素) 알약을 복용한 뒤 약이 위에 도달할 때까지 20~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숨을 내쉬어 비닐 팩에 담는다. 공기를 비교해 동위원소 양에 차이가 있으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이고, 없으면 감염되지 않은 것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아직도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소 호기검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윤영훈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50~78%가 소장 내 세균의 지나친 증식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소 호기검사를 통해 수소와 메탄가스의 양을 측정하면 세균의 과증식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소장 내 세균의 과증식으로 인한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되면 항생제 치료 효과가 좋다.
소장 안에 세균이 과증식돼 있는 경우 락툴로스를 먹으면 그 분해 산물인 수소와 메탄가스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날숨에 수소가 20ppm, 메탄가스가 10ppm 이상 포함돼 있으면 소장 세균이 과증식돼 있는 것으로 본다.
12시간 금식한 뒤 락툴로스 15ml를 마신 뒤 소장에 도달할 때까지 1시간 반쯤 기다린 뒤 1~2초의 짧은 숨을 13회 내뱉는다. 한번 숨을 내뱉은 뒤 다음 내뱉을 때까지 15분가량 쉰다. 총 검사시간은 3시간 안팎이며, 비용은 5만원 선이다.
◆천식-산화질소
날숨의 산화질소량을 측정하면 기도(氣道)에 염증이 얼마나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평소 내쉬는 숨에도 산화질소가 들어 있으나, 기관지나 코 안에 염증이 있으면 염증물질의 대사산물로 산화질소가 많이 생긴다. 정상적인 날숨의 산화질소의 농도는 15ppb이지만, 천식이나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이 있으면 20~100ppb까지 올라간다.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연구소 김경원 교수는 "천식 치료에서 기도의 염증을 얼마나 잘 줄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염증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산화질소 호기 검사는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만 이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기도 내 염증상태를 알아보는 검사로는 가래 안에 들어있는 호산구의 양을 측정하는 유도 객담 검사가 쓰이고 있다. 이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1주일 이상 걸리고 어린이들은 가래를 잘 뱉지 못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산화질소 호기 검사가 활발히 쓰이고 있으나 국내에는 이제 막 도입되고 있는 단계. 김경원 교수는 "검사 후 바로 결과를 알 수 있고 검사 때 통증도 없어 어린이들의 천식 진단과 치료에 특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검사법
호스를 문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신 뒤 평소 호흡하는 정도의 깊이로 숨을 10초 동안 길게 내쉬는 동작을 2회 반복한다. 건강검진 때 하는 폐 기능 검사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