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간헐적 하지파행증_걷다가 갑자기 아픈 다리… 혈관·신경 체크해 봐야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 사라져
50대 이상 60~70% 호소
"척추·관절 문제다" 단정 말고
증상별 원인 질환 구별해야

직장인 김모(서울 성동구·53)씨는 길을 걷던 중 다리가 갑자기 아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긴급 호출한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다리를 주무르며 쉬었더니 통증이 사라졌다. 김씨는 척추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동맥경화로 인해 다리에 피가 안 통하는 말초동맥 질환이었다.

김씨의 경우처럼 걷거나 달리는 도중 갑자기 다리가 아프고 저리다가,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지는 증상을 '간헐적 하지파행증'이라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정성수 교수는 "50대 이상의 60~70%가 살면서 한 번 이상 겪는 증상"이라며 "신경·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혈관 장애로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걷거나 달릴 때 갑자기 다리가 아픈 것은 비슷하지만, 원인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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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는 다리가 아프다가 쉬면 괜찮아지는 '파행' 증상이 반복되면 척추, 관절 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한다. 증상에 따라 원인 질환이 조금씩 다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말초동맥 질환: 피부색 하얘지고 얻어맞은 통증

신장 아래에 있는 말초동맥이 지방·혈전 때문에 좁아져 다리 쪽에 피가 잘 안 통할 때 이런 증상이 생긴다. 보통 한 쪽 다리에만 통증이 나타나는데, 세게 얻어 맞은 듯이 아프다. 다리에 상처가 있었다면 잘 아물지 않고 피부색이 하얗게 변한다. 혈관이 심하게 막히면 발이나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는 "말초동맥 질환자 10명 중 3명은 심혈관계 질환이 없었던 사람"이라며 "당뇨병 환자이거나 담배를 피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말초동맥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스피린을 먹거나 스텐트삽입술(금속망을 좁아진 혈관에 넣어서 넓힘)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말초신경 염증: 양쪽 다리·발에 통증

허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신경(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도 간헐적 하지파행증이 나타난다. 양쪽 다리와 발에 통증이 나타나는데, 발 통증이 더 심하다.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저릴 때도 있다. 감각을 못 느끼는 감각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혈관노화(60대 이상), 외상, 비타민 결핍, 혈당조절 기능 저하(당뇨병환자) 등 때문에 생길 수 있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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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줄 염증: 계단을 내려갈 때 통증 심해

거위발건염일 때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 허벅지 안쪽을 따라 내려와 무릎에 연결된 세가지 근육의 힘줄은 무릎뼈의 한 지점에 모이는데, 그 모양이 거위발 같다고 해서 거위발건이라고 한다.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거위발건염이라고 한다. 무릎 4~5cm 아래 쪽만 아프며, 무릎을 굽히거나 펼 때 증상이 심해진다. 특히 무릎을 펴면 통증이 심해지므로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을 부여잡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쉬면서 얼음 찜질을 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증상이 심하면 소염진통제를 먹거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기도 한다.

심한 하지정맥류: 피부가 적갈색으로 변해

혈관이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하지정맥류가 심할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혈관에 있는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해 정맥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해 생긴다. 걷다가 주저 앉을 정도로 심각한 하지정맥류라면 피부가 적갈색으로 변하고, 찌르거나 지글지글 타는 듯 한 통증을 느낀다. 다리를 상체보다 윗쪽에 올리고 쉬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되지만, 반드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관 레이저를 이용해 돌출된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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