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비쩍 마른 여대생 딸 몰래 과식하고 토할지도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 한유림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2/02/08 09:06
폭식증 종류와 치료
여대생 김모(22·서울 관악구)씨는 지난달 말 피자 두 판·아이스크림 한 통·주스 두 병을 단숨에 먹고 이를 다시 토해내다가 부모에게 들켰다.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 검사받은 결과, 신경성폭식증으로 진단됐다. 김씨는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포기하면서 먹을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폭식증에 걸리는 기전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환자가 우울감 해결, 다이어트 뒤 반작용으로 음식에 탐닉하다가 병적인 상태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폭식증은 대식증과 신경성폭식증으로 나뉘는데, 남녀 환자의 비율이나 증상이 약간 다르다.
무조건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폭식증은 아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이 먹는 양보다 현저히 많은 양을 평균 1주일에 2회 이상 먹을 때 폭식증으로 진단한다〈표〉. 폭식증 환자는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 기분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는 "우연히 음식을 배불리 먹고서 기분이 좋아진 경험이 머릿속에 잠재해 있다가 나중에 우울한 상태가 되면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때에는 포만감을 느끼는 뇌 반응이 떨어져 있어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가 안된다.
◇신경성폭식증은 오히려 마른 사람 많아
폭식증은 일반적인 '과식'과 먹는 양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일반인은 과식을 해도 배가 너무 부르면 먹는 것을 중단하지만, 폭식증 환자는 눈에 보이는 음식이 없어질 때까지 먹는다.
폭식증은 다시 대식증과 신경성폭식증으로 나뉜다. 양쪽 환자 모두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폭식을 하고 나서 후회하지만, 행동 반응은 다르다. 365mc비만클리닉 신촌점 김정은 원장은 "대식증 환자는 폭식한 뒤 후회만 할 뿐 칼로리 소비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만이 많다"며 "반면, 신경성폭식증 환자는 입에 손을 넣고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이뇨제 등을 먹어서 배설하려 하기 때문에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율리 교수는 "대식증 환자는 본인이 대식증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며, 남녀 비율은 1대 1.5 정도 된다"며 "신경성폭식증은 다이어트를 하다가 강박증이 생겨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신경성폭식증 여성은 생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식사량 조절 불가능
일단 폭식증에 걸리면 스스로 먹는 것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식증은 대부분 겉잡을 수 없는 고도비만 때문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가 발견된다. 신경성폭식증은 억지로 토하는 모습을 남에게 들키거나,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해내는 바람에 영양실조에 빠져서 병원에 갔다가 발견된다.
병원에서는 식사일기를 통해 식사량을 체크하고, 배가 고플 때만 먹는 훈련을 실시한다. 집에서는 음식 보관 장소에 환자가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혼자 식사하게 되면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 기분장애를 없애기 위해 항우울제 처방을 하기도 한다. 식욕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므로, 식욕억제제는 처방하지 않는다.
최수희 교수는 "폭식증 환자는 대부분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음식을 먹기 때문에 가족도 눈치채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식구 중 이유 없이 갑자기 비만이 되거나 먹고 토하는 것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있으면 폭식증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찰받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