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부끄러운 만성질환, 과민성 방광
취재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1/10/20 13:49
Part 1 과민성 방광, 어떤 질환인가?
방광은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을 저장하는데, 필요할 때 수축해 소변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소변을 저장하는 데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이 과민성 방광이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 기능이 너무 예민해 방광에서 소변을 저장하는 동안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방광 근육이 수축해, 비정상적이고 급하게 요의를 느껴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다.
정상적인 방광은 소변이 300~500mL 찼을 때 방광 근육이 수축하면서 소변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과민성 방광은 소변이 방광에 반도 차지 않았는데 방광이 수축되면서 소변을 내보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소변이 갑자기 급해지고 참을 수 없는 요의가 동반된다. 하루 8회 이상 화장실을 찾는 빈뇨, 소변을 참기 힘들어 급히 화장실을 가야 하는 절박뇨, 소변이 마려울 때 충분히 참지 못하고 소변이 새서 옷을 적시는 절박성 요실금, 야간 수면 중 2회 이상 소변을 봐야 하는 야간 빈뇨 등이 대표적인 과민성 방광의 증상이다.
방광염과 전립선비대증으로 오해 말아야
과민성 방광으로 오해하기 쉬운 다른 배뇨장애 질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광염과 전립선비대증이다. 방광염은 세균에 의해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배뇨통·빈뇨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고, 절박뇨·야간뇨 등이 흔히 동반된다. 방광염은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침입해 방광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염증이나 다른 질환 없이 방광이 민감해져 절박뇨·빈뇨 등이 나타나는 과민성 방광과는 다르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방광염은 일반적인 항생제 요법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 크기가 정상보다 커지는 질환이다. 중노년층 연령대에서 빈발한다. 약뇨·빈뇨·배뇨 지연·잔뇨감·절박뇨·세뇨(소변 줄기가 가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워낙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므로 소변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하게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소변이 끊기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소변을 보는 게 힘든’ 질환이고, 과민성 방광은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렵거나 소변을 참는 것이 힘든’ 질환이다.
이 외에 전립선암, 요도협착, 요도결석, 요로감염, 다발성경화증, 복압성요실금, 방광암 등이 과민성 방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혼재돼 나타난다. 소변 보는 데 문제가 생기면 과민성 방광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증상만으로는 감별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과민성 방광, 남성도 안전지대 아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민성 방광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0명 중 12명(12.2%)이 과민성 방광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추정해 계산하면 약 600만 명이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다. 성별 유병률은 여성 유병률이 14.4%, 남성 유병률이 10%로 남녀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과민성 방광 역시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45세 이후부터는 과민성 방광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해 65세 이상은 20%가 넘었다.
지금껏 과민성 방광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대표적 배뇨장애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의 유병률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남성의 과민성 방광 유병률(10%)과 여성의 유병률(14.4%)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40세 이상으로 대상을 국한하면 여성 환자(8.4%)보다 남성 환자(14.9%) 비율이 높았다. 남성도 더 이상 과민성 방광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통계다.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남성 과민성 방광 유병률 역시 급격히 증가해 60대 이상 과민성 방광 유병률(23.7%)이 40대(12.9%)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Part 2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과민성 방광
과민성 방광을 단순히 ‘소변의 문제’,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질환’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면 곤란하다. 과민성 방광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과민성 방광은 남성의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쳐 생산성 저하 및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한다.
과민성 방광, 남성 삶의 질 크게 저하
과민성 방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업무를 하든, 잠을 자든, 운동을 하든 수시로 소변이 마렵고, 요의가 느껴지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야 한다. 정상적인 배뇨 활동은 건강한 삶의 조건이다. 소변에 장애가 생기면 활동이 불안정해지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밤잠을 설치니 만성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건 물론이다. 실제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조사에서 ‘과민성 방광으로 업무 생산성에 지장을 받았다’고 응답한 남성은 52.8%로 정상인 24.5%보다 2배 이상,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전립선비대증 환자 39.2%보다 1.4배 가까이 많았다.
과민성 방광이 있는 사람이 이직, 조기 은퇴, 퇴사를 경험한 비율은 4.5%로 정상인(1.3%)이나 전립선비대증 환자(2.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40대 남성이 과민성 방광 증상으로 업무 활동 및 능률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및 직장 생활의 황금기인 40대 남성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일은 일대로 못 하고, 과민성 방광으로 인해 이직과 퇴직까지 당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정서적 불안, 성생활 만족도 저하 불러
과민성 방광은 정서적 불안과 관련이 높다. 과민성 방광 남성 환자의 우울증 동반율은 23.6%로 정상인 7.4%보다 3배 이상 높고,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우울증 동반율 11.5%보다는 2배 이상 높다. 어디를 가든 항상 화장실 위치부터 파악하고, 마음 편히 외출이나 여행을 갈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항상 불안하다.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있는 과민성 방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에서 고립되기 쉽다.
남성 과민성 방광 환자의 성생활 만족도도 전립선비대증 환자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으로 인해 성생활 빈도가 낮아진 비율은 전립선비대증이 17.2%, 과민성 방광이 34.6%로, 과민성 방광이 전립선비대증보다 성생활 빈도에 미치는 영향이 2배 더 컸다. 성생활 만족도 역시 낮았다. 과민성 방광으로 인해 성생활 만족도가 낮아진 비율은 21.6%로, 전립선비대증 10.6%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남성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전립선비대증보다 과민성 방광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과민성 방광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하락시킨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만성질환인 당뇨병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