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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가장 흔한 고통 중 하나는 허리 통증이다. 임신 말기로 갈수록 요통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임신 중 허리통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신 중 늘어나는 체중 때문이다. 임신으로 인한 체중 증가는 평균 10~13kg다. 이 중 배가 차지하는 무게는 절반 정도. 임산부들은 무거운 배를 지탱하기 위해 허리를 자꾸 뒤로 젖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척추 라인이 무너지고 과도하게 뒤로 휘어지는 ‘과전만(過前彎)’ 이 되기 쉽다. 과전만은 척추 뼈와 디스크에 많은 부하를 줘 통증을 일으킨다.

두 번째, 복근의 팽창과 등 근육의 수축 때문이다. 허리를 지지해주는 근육은 크게 허리를 앞으로 굽혀주는 복근과, 허리를 펴거나 뒤로 젖혀주는 신전근 두 가지가 있다. 배가 불러오면서 복근이 늘어나 제대로 힘을 쓸 수 없고, 허리 뒤쪽에 위치한 신전근은 과도하게 수축되면서 근육이 점차 약해지게 되는데, 평소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허리통증이 생기게 된다.

세 번째, 혈류장애 때문이다. 임산부가 똑바로 누워 잘 경우 커진 자궁에 의해 대정맥이 눌리게 된다. 이는 정맥 내 압력을 증가시키며 요추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저하시킨다. 따라서 밤에는 요통이 더 심해지게 된다.

네 번째, 임신 중 분비되는 릴렉신(Relaxin) 호르몬 때문이다. 임신 중에는 릴렉신 호르몬이 평소보다 약 10배 이상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부풀어 오르는 자궁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아의 통과는 쉽게 되지만 이로 인해 척추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는 근육과 인대 결합력은 떨어져 요통을 유발한다.

인대 통증은 출산 후에도 계속 돼

임신 중 분비되는 릴렉신은 요통 뿐 아니라 인대통증도 함께 불러온다. 릴렉신은 골반 주위 관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모든 관절에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뼈 마디마디 사이가 벌어지고 인대도 함께 이완되면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은 주로 허리 아래쪽에 국한되며 엉덩이나 치골 부위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절반가량은 한쪽 또는 양쪽 엉덩이, 허벅지까지 내려오기도 하는데, 무릎 밑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만약 종아리 옆이나 뒤로 전기가 오듯 통증이 찌릿찌릿하게 내려오면 드물지만 단순히 임신으로 인한 통증이 아니라 다른 척추 질환도 의심해 봐야 한다.

임신으로 인한 인대통은 오랜 시간 서 있거나 걸으면 더 심해진다. 특히 지속적으로 구부린 채 일하거나 장시간 서있으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며, 앉거나 누우면 호전된다. 또 임신 중 심한 인대통을 경험한 여성들 대부분은 출산 후에도 인대통이 지속된다. 출산 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벌어졌던 부분은 원상태로 회복되는데 이때 이완됐던 인대 부위가 삐딱하게 아물면 조금만 무리하거나 날이 궂을 때마다 통증이 도지는 고질병이 되기도 한다.

임신 중 운동, 출산 후 바른 자세 유지해야

임신으로 인한 척추관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신 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력을 강화시켜 놓는 것이 최선이다. 운동을 통해 튼튼하고 강해진 근육과 인대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무리한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무리한 운동은 태아 착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단순한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과 척추의 균형을 유지하는 정도가 좋다.

임신 중기는 태아가 본격적으로 자라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시기로 임산부 요통이 빈번히 발생한다. 릴렉신 호르몬 분비가 점차 많아지고 체중도 증가하면서 배가 나오고 허리가 심하게 휘어지는 척추전만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허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통증이 발생할 경우 따뜻한 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인대나 관절에 무리가지 않는 수영, 가벼운 에어로빅,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좋다. 임신 말기에는 허리가 뒤로 휘어지지 않도록 임산부용 복대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비스병원 척추전문센터 정종우 과장은 “임산부 허리통증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어서거나 앉고 움직이는 등 일상생활 습관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물건을 집을 때는 허리를 숙이지 말고 무릎을 구부려 쪼그려 앉아 집고, 옆으로 누워 잘 때는 다리사이에 베개를 받치는 것이 좋다. 신발은 가급적 굽이 낮은 것으로 신도록 한다. 임신 중 급작스런 체중 증가는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지나치게 체중이 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산 후에는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출산 후 3개월가량은 임신 중 만큼은 아니지만 릴렉신이 지속적으로 분비 돼 아직 신체구조물이 불안정한 상태다. 이때 구부정한 자세로 수유를 하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등의 자세들은 출산 시 벌어진 인대를 틀어지게 해 요통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특히 분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리하게 다이어트와 운동에 돌입하면 인대뿐 아니라 뼈와 근육 등 인체조직을 전반적으로 약화시켜 퇴행성 척추질환을 불러 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출산 후 3개월 가량은 균형 잡힌 영양섭취, 충분한 휴식, 바른 자세의 3박자를 맞추는 것이 건강한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정종우 과장은 “통증이 심하지 않을 경우 흔히 운동부족이나 근육통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약해진 인대는 결코 저절로 강해지지 않으므로 원인모를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는 병원을 찾아 요통이나 인대통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