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5㎏이상 줄었다면 암·갑상선질환 의심해 봐야
목소리 음역대 높은 딸·손녀와 대화 잘 안되면 노인성 난청 가능성 커
◆고향집에 도착해 만났을 때
지난해 추석 이후 4개월여 만에 만난 부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살이 5㎏ 이상 빠졌다면 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암환자는 갑자기 체중이 주는 경우가 있다. 정상세포가 소비해야 할 에너지를 암세포가 뺏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은 6개월에 10㎏이 줄면 암을 의심하지만, 노년층은 5㎏ 이상이면 암 가능성이 있다. 여성에게 흔한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려도 살이 빠진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에너지가 지나치게 소비되기 때문이다. 노모가 한겨울에 난방을 조금만 틀어도 땀이 나고 덥다고 하면 이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노부모가 기침이 심하고 숨을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모의 입 주변에 갑자기 주름이 많아졌으면 잇몸 질환을 생각할 수 있다. 잇몸이 검게 변했는지, 치아가 흔들리지 않는지 살펴보자.
노부모와 얼굴을 30㎝ 정도까지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해도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노인성 난청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그나마 낫지만, 대부분은 잘 안 들려도 숨기기 때문에 난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목소리 음역대가 높은 딸·며느리·손녀 등과의 대화가 매끄럽지 않으면 난청이다.
고향에 내려 오기 1주일 전 통화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 전(前)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단기 기억력에 문제가 발생해 금방 있었던 일을 잊거나 했던 말을 되풀이한다. 치매로 진행할수록 표현하려는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말을 머뭇거린다. 초기 치매 단계에서는 자식이나 손주의 이름까지 헷갈리지는 않으므로 사람을 알아본다고 안심하지 말자.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노부모의 입에서 냄새가 나면 약물로 인한 위장 장애를 염두에 두자. 관절염 약물에 함유된 진통소염제는 위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노부모가 무심코 "요즘 TV 화면이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눈 가운데가 검게 보인다"고 하면 실명으로 이어지는 황반변성 가능성이 크므로 설 연휴가 끝나고 곧바로 안과에 모시고 가야 한다.
TV를 시청하거나 가만히 쉴 때 손을 떠는 것은 파킨슨병 증상이다. 단순 수전증은 움직일 때 손을 떨지만, 파킨슨병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떤다. 함께 장을 보거나 산책을 나갔는데 자꾸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협착증 가능성이 크다. 이 질환은 척수신경이 지나는 관이 좁아져 생기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면 일시적으로 관이 넓어져 통증이 오지 않는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다리에 쥐가 자주 나 10분쯤 걷고 주저앉아 쉬기도 한다.
노부모가 화장실을 자주 가면 요실금일 수 있다. 노년층은 남녀 구분 없이 14~18% 정도가 요실금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하지만 자식에게 요실금이 있다고 말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빨래통에 소변을 지린 속옷이 쌓여 있는지 살펴보자. 식사를 할 때 노부모가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고 자주 사래가 들리면 폐렴일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노년층은 폐렴에 걸려도 열이 나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자주 있다.
〈도움말〉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