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식초에 밥 말아먹는 ‘신맛 중독자’… 그녀는 외계인?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 임현주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0/08/30 09:18
지난 17일 케이블 프로그램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는 극도로 매운 입맛을 가진 사람에 이어 아찔한 신맛을 좋아하는 특이 식성을 가진 사람에 관한 ‘침샘폭발 신맛’ 편을 방송했다. 이 날 출연자인 한수란(21․여)씨는 이른바 ‘신맛 중독 화성인’으로, 생 레몬을 통째로 까먹고 식초 원액을 즐기며 마시는 모습을 보여 MC들을 경악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밥, 찌개, 반찬에도 식초를 부어 먹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 씨의 권유로 식초 원액을 들이킨 김성주 MC와 이경규, 김구라는 모두 속쓰림을 호소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신맛을 선호하지 않지만, 신맛에 ‘중독’될 만큼 식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 식초에 밥 말아먹어도 ‘침샘 폭발’하지 않는 이유
한의학에서는 한씨처럼 신맛에 중독되는 이유를 한 가지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아 혀의 감각이 저하됐거나, 음양오행으로 따졌을 때 간장담낭의 기운이 약해져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우리 몸은 약해진 부분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그 부분에 필요한 영양소를 많이 먹어줌으로써 회복을 돕고 건강관리를 스스로 하게 돼 있다고 한방에서는 설명한다. 이는 마치 임신 초기에 신맛이 당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한씨와 같은 사람들은 혀의 감각이 저하되어 신 맛을 잘 못 느끼고, 피로가 극도로 쌓여 있어 식초 성분이 절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생리적으로 몸이 식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한씨가 식초를 마시고 나면 피로감이 싹 사라진다고 답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다.
권일호 한의원 권 원장은 “『본초문답』에 의하면 사람이 신맛을 느끼게 되면 몸에 어떠한 진액이 생겨 간이 그 진액을 전신에 퍼뜨린다고 나와 있다. 신맛이 간에 미치는 이러한 작용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신 음식은 위장에 해롭지 않나요?
한편, 위장 질환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신 김치, 신 과일 등 신 음식은 산성이기 때문에 속을 더 쓰리게 하므로 먹지 말아야 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권일호 원장은 “한방에서 비병(소화기병)이 있을 때 식초를 금하지만, 소위 급체한 경우에는 신맛이 나는 한약재 중 산사라는 것을 사용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식용으로 나온 식초 중에 특히 감식초는 감의 떫은맛이 소화기에 좋기 때문에 소화를 도울 수 있다. 김치의 경우에는 발효를 어떠한 방식으로 했는가에 따라서 소화를 도울 수도, 돕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신 맛의 산이 위에서 알칼리 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신 음식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 원장은 덧붙였다.
◆ 사람마다 체질과 몸 상태 달라서 특이식성 따라하면 안돼
몸에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게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이 식성을 가진 사람이 그 음식을 많이 먹고 별탈이 없다고 해서 일반인이 함부로 따라서 먹으면 절대 안 되며,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사람마다 체질과 몸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섣불리 따라 먹으면 속 쓰림이나 설사와 같은 위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특이 식성을 가진 사람들도 지금 당장 위장질환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맵거나 신 자극적인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위에 자극을 주므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줄여나갈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