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공중화장실 비데, 실제 조사해보니 ‘세균 득실’
헬스조선 편집팀 | 메디컬투데이(손정은 기자)
입력 2010/08/18 09:02
화장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제부턴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도 비데를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비데의 구조적 특성상 전문적인 청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발생해 일반 변기보다 훨씬 비위생적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물이 나오는 분사구의 경우 이물질이 끼기 쉽고 정수 필터를 자주 교환해 주지 않으면 몸에 직접 닿는 비데수에 세균이 번식하게 된다. 이렇게 오염된 물이 생식기에 닿을 경우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여성의 경우 비위생적인 비데를 사용하면 나쁜 균이 질로 들어와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질염을 비롯해 요로감염, 방광염 등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화장실의 위생에 대한 지적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 66억명 가운데 약 40%인 26억명 가량이 비위생적인 화장실 시설 때문에 질병에 노출돼 있고 이로 인해 연간 약 20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화장실협회와 서울대 미생물연구소가 서울시내 공중화장실의 변기 좌대에서 병원균의 서식정도와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17종의 대장균그룹, 9종의 살모넬라균그룹, 5종의 포도상구균으로 예상되는 세균들이 검출됐다. 세균은 좌대 1개에 평균 71마리가 검출됐고 10cm제곱의 면적에서 발견된 세균은 3800마리가 발견됐다. 이는 지하철 손잡이와 비교했을 때 무려 11배나 많은 수치다.
이렇듯 화장실의 위생상태가 엉망인 상황에서 관리에 손이 많이 가고 신체에 직접 물이 닿는 비데를 설치하는 것은 세균의 오염가능성만 높이는 꼴이 된다. 비데청소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관리를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공중화장실 비데는 일반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변기의 겉 부분만 닦는데 지나지 않는다.
비데전문 청소업체 관계자는 “비데청소는 비데를 분해해 노즐주위에 발생하는 곰팡이나 중금속 녹, 수돗물 염소 성분 등을 소독해야 하지만 이렇게 관리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라며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의 비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청소아주머니들이 비데를 청소할 때 락스를 묻혀 겉을 씻는데 제대로 헹궈주지 않으면 락스 성분이 비데수와 섞여 분사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공중화장실 비데설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국립공원의 경우 비데청소를 일반청소용역업체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한 지점에 많으면 10개정도 비데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청소업무 중에서도 극히 일부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며 “예산측면에서도 비용대비 효율성을 따졌을 때 비효율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설사 전문 업체에 관리를 맡긴다고 하더라도 관공서에서 입찰할 때 제시하는 금액이 턱없이 낮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업용 세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비데전문 청소업체 관계자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비데소독을 할 때 식약청에서 인증한 제품을 쓰지 않고 공업용 세제를 사용한다”며 “청소도 ‘받은 만큼만 하자’는 식으로 대강대강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에는 비데를 설치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다. 이정재 교수는 “비위생적인 비데를 사용했을 때 당장 어떤 질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세균과 곰팡이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은 있다”며 “공중화장실에는 비데를 설치하지 않는 게 위생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