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과 향 오감으로 느끼면 조금 덜 먹어도 공복감 못 느껴

그러나 여행가방을 꾸리다가 문득 고개를 숙이니 불룩 나온 뱃살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휴가지에서 맛있는 것 원 없이 먹고 돌아온 뒤 체중계에 올라서서 머리를 쥐어뜯던 작년 여름휴가가 생각난다. 그때 찐 군살이 아직도 손에 잡히는데…. 출발하기도 전에 이번에도 살찔까 걱정부터 앞선다. 이런 현상을 정신의학적으로 '휴가 죄책감'이라고 한다. 허리띠 풀고 먹을 때는 좋았는데 휴가에서 돌아온 뒤 자신을 책망하는 현상이다.
비만 공포에 빠지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우선 음식을 느긋하게 먹자. 휴가는 왜 가나? 즐기려고 간다. 음식을 즐기려면 걸신들린 듯 정신없이 먹어서는 안 된다. 30번 씹고 넘긴다는 자세를 갖자. 그래야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음식을 허겁지겁 꾸역꾸역 삼키는 사람은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이다. 휴식은 평안함을 느끼고 쉬는 것이다. 음식도 맛과 향기, 색깔, 씹히는 감각, 소리 등을 오감을 통해 음미하자.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집어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에 넣고 천천히 30번 씹고 목을 통해 넘어가서 위장까지 내려가는 느낌을 가만히 살펴본다. 그러면 식사가 명상이 된다. 또 천천히 먹으면 식사 도중 포만감이 들기 때문에 과식하고 싶어도 많이 먹을 수 없다.

리조트나 크루즈의 뷔페에서는 '한 번에 한 접시' 원칙을 지킨다. 메인요리 한 접시, 디저트 한 접시에 먹을 만큼만 담는다. 실제 2주일간 크루즈에서 산해진미를 즐기고도 살이 빠져서 돌아온 사람이 꽤 많다. 조금씩 맛만 보고 즐긴 사람들이다. 가족과 함께 창가에 자리 잡고 대화를 나누며 창밖을 내다보면서 즐겁게 먹으면 바깥 경치 구경하느라 수다 떠느라 음식이 입에 덜 들어간다.
먹기와 빼기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올레길이나 둘레길 등 도보여행 휴가를 가면 뱃살 걱정은 남의 일이다. 체중 70kg인 성인 남성이 2시간을 천천히 걸으면 400㎉가 소모된다. 승용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 금상첨화다.
마구마구 먹고 오면 휴식이 안 된다. 다녀온 뒤 반드시 자책한다. 뭐든지 재미있게 즐기면서 먹으면 비만의 공포는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