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수도 없이 만나봤지만 제대로 된 사랑에 빠져 본 적이 한번도 없다면?
이런 목석같은 사람이 연애에 성공하고 싶다면 편안한 분위기의 커피숍 대신 아찔한 롤러코스터가 가득한 놀이동산이나 함성만 들어도 흥분되는 축구장을 가야 할 지도 모른다. ‘사랑을 속삭이려면 투우장에서’라는 스페인 속담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면 심장이 뛴다’고 알고 있지만 그 역인 ‘심장이 뛰면 사랑에 빠진다’는 명제 또한 참이다.
1974년에 이뤄진 ‘다리 실험’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밝혀 유명해진 사회심리학적 실험이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캐필라노 계곡에는 두 개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높이가 70m, 길이가 무려 137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름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고작 3m 밖에 되지 않는 고정된 나무다리이다.
연구팀은 매력적인 여성으로 하여금 다리를 지나는 남성들에게 심리학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몇 가지 인터뷰를 하게 했다. 여성은 인격진단 검사에 주로 쓰이는 로르샤흐 검사에 나오는 그림들을 보여 주면서 적절한 이야기를 꾸며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설문이 끝날 무렵 그녀는 남자들에게 전화번호를 건네주었다. 그 결과 70m 높이의 구름다리에서 만난 남자들은 50%가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정된 나무다리에서 만난 남자들은 단지 12.5%만이 전화를 걸었다.
다리의 높이별로 남성들이 한 인터뷰 내용도 차이가 있었다. 계곡 위에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넌 남성들은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것들이 많았지만, 안정된 다리를 건너는 남성들이 한 얘기는 평범한 것들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연구팀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아찔하게 높은 구름다리 위를 건너는 남성들은 공포감과 긴장감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과도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이러한 상황은 예쁜 여자를 만났을 때와 흡사한 것. 따라서 뇌는 ‘아, 예쁜 여성을 만났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는구나!’하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생리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여성에게 더 쉽게 매력을 느끼는 현상은 다른 많은 연구들에서도 확인됐다.
연애 기술이 미숙하다거나, 아직 가슴 뛰는 상대방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생리적으로 흥분할 만한 장소를 골라 다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심장이 뛰는 것인지, 롤러코스터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