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 이하 물로 30분 이상 해야 교감신경 억제… 피로 풀어줘

더운물에 발목까지 담그는 족욕은 전신의 피로를 풀어 주고 특히 발의 통증을 완화해, 전신욕이나 사우나를 하기에 부담되는 고혈압 환자나 노년층이 많이 즐긴다. 지금까지는 족욕이 혈액 순환을 좋게 해 이런 효과를 낸다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현동 부산백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은 21~47세 성인 25명에게 섭씨 43도의 뜨거운 물을 담은 족욕기에 30분 동안 발을 담그게 했다. 족욕을 하는 동안 양 손등에 전극을 붙여 교감신경의 활성도를 측정하자 족욕 전 1.25㎷(1볼트의 1000분의 1)였던 활성도가 족욕 직후 0.57㎷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15분 뒤까지 0.67㎷로 효과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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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욕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전재홍 기자
김 교수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억제되면 뇌에서 엔도르핀 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며 "동시에 쉬거나 안정을 취할 때 작용하는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활성화돼 피로가 풀리고 몸이 개운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족욕은 전신욕 등과 달리 심장이나 혈압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노인이나 고혈압 환자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실험 대상자의 혈압과 심혈관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족욕을 하기 전, 하는 도중, 끝낸 후에 각각 5분간 주먹을 쥐게 한 뒤 혈압이 얼마나 올라가는지와 발살바 호흡(특수한 마우스피스를 15초 동안 세게 부는 것) 후 심박동 수가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측정했더니 모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단, 전신욕이나 반신욕을 할 때에는 5분만 욕조 안에 있어도 몸이 이완되지만 족욕으로 같은 효과를 보려면 수면이 복사뼈 위 10㎝까지 올라오게 한 상태로 최소 30분은 있어야 한다. 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교감신경이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으므로 수온은 최고 43도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족욕기에 지압발판기나 기포발생기 등의 부가 기능이 있다고 해서 근육 이완·진통 효과에 큰 차이는 없으므로 굳이 이런 기능이 있는 족욕기를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