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의 기분과 날씨, 옷색깔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립스틱이나 립글로즈, 립밤을 즐겨 바르는 직장인 최모(24·서울 중구 신당동)씨. 식사 후에는 물론 간단한 간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신 후에도 꼭 립스틱을 고쳐 바른다. 화장실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할 때도 주머니에서 립스틱을 꺼내 다시 바르는 것을 언제나 잊지 않는다.
평소에 입술이 건조한 편이라, 펄감이 있는 립스틱을 발라주면 촉촉하고 매끄러워지는 느낌이 들 뿐 아니라 기분전환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립스틱을 지운 뒤 본래의 입술은 어두운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고, 입술 라인 또한 선명하지 않았다. 다시 생기있는 입술로 돌아오길 바라며 보습용 립밤을 듬뿍 바르고 잠을 잤지만, 이미 어두워진 입술색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립스틱은 여성들이 화장을 하면서 그날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강력한 메이크업 아이템이다. 어떤 색의 립스틱을 어떻게 바르는가에 따라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청순하게, 혹은 발랄하게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립스틱을 사용하는 여성 중 약 10% 정도는 립스틱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심한 건조감과 갈라지는 증상들이 바로 그것. 일부 여성들은 아예 립스틱을 바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이렇듯 립스틱 때문에 생기는 질환을 ‘알러지성 입술염’ 이라고 한다.
립스틱에 함유된 양모 기름과 왁스 성분의 강한 흡착성으로 인해, 공기 중의 먼지, 세균, 병균 심지어 금속 미립자까지도 입술 점막으로 끌어당겨 트러블이 생긴 것을 말한다. 입술은 피지선도 없는 얇은 피부라 일반 피부보다 더 약하다. 따라서 화학성분이 강한 색조 제품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피부에 자극으로 작용해 입술이 상하게 되는 것. 특히 황사 철에 립스틱을 바를 경우 입술에 달라붙은 미세 금속 입자들이 물을 마시거나 식사를 할 때 음식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가 입술은 물론 몸에도 해로울 수 있다.
알러지성 입술염이 생기면 입술이 가렵고 부으며, 더 심해지면 입술라인에 미세한 물집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진물이 흐르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원인 물질에 더 이상 노출되지 않으면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으나, 불편한 정도의 증상이 있다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치료는 우선 적절한 강도의 스테로이드제를 발라 증상을 가라앉힌 후 바세린이나 피부보호제를 하루에 3~4회씩 발라 피부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인 물질을 찾아 다시 접촉을 하지 않도록 주의 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같이 립스틱에 노출되는 입술을 신경써서 관리해 주지 않으면, 입술라인이 없어지고 입 주위에 색소침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원인 물질을 찾는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 도 있다.
김형섭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은 “알러지성 입술염은 생활하는데 불편할 뿐더러 미용상에도 좋지 않다”며, “증상이 가벼운 경우 입술용 보습제나 약한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를 바르고 좋아질 수도 있으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악화될 수 있으므로, 피부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Tip. 올바른 립스틱 사용 요령
1. 입에 직접 접촉되는 만큼 품질좋은 립스틱을 사용하고,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2. 보관에 유의한다. 립스틱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잦으므로 사용 후에는 즉시 뚜껑을 닫아 위생을 유지해야 한다.
3. 화장을 하고 외출을 할 경우 입술에 많은 세균과 먼지가 붙게 되므로, 집에 돌아온 후에는 전용 리무버로 잘 지운 뒤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입술을 씻는다.
4. 식사를 하면서 음식물과 함께 립스틱과 이물질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식전에는 립스틱을 닦고, 식사를 마친 후에 다시 바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