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장기 기증 해서라도 한국에 은혜 갚고 싶어요"
김맑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2/09 16:10
[헬스조선·인하대병원 공동기획 'Global Korea, 우리는 지구촌 한가족 2009'] <끝>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마저 식도암 판정을 받았을 땐 하늘이 무너졌어요.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7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체렌수렌(30)씨는 지난 4일 오전 인하대병원 입원실에서 어머니 푸레띠 또라마(61)씨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푸레띠씨는 2002년부터 목이 따가운 증세를 겪더니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목 상태가 악화됐다. 그는 "가난 때문에 병원은 꿈도 못 꾸고, 빵을 물에 풀어 끓인 죽을 삼키며 7년을 견뎠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처음 찾아간 현지 병원에서 식도암이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의사는 "몽골 의술로는 수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렌수렌씨는 운전기사이던 남편이 실직한 상태라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러던 중 다문화가정 모임에서 모녀의 딱한 소식을 들은 이성순 목원대 교수가 헬스조선과 인하대병원이 펼치는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에 사연을 접수했다.
푸레띠 또라마씨는 헬스조선과 인하대병원이 진행하고 있는 'Global Korea, 우리는 지구촌 한가족 2009' 캠페인의 수혜자다. 지구촌 한가족 캠페인은 한국으로 시집온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의 질병을 무료로 고쳐 주는 행사이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히쉬게(50)의 친척인 자화(37)씨도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받게 됐다. 몽골 현지 학교의 영어 교사인 자화씨는 2008년 11월 시멘트 바닥에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몽골 현지 병원에서 CT촬영을 한 결과, 넘어져 생긴 뇌진탕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뇌에 지름 2㎝ 짜리 기형 혈관이 있습니다. 속히 수술하지 않으면 언제 뇌출혈이 생겨 숨질 지 모릅니다."
하지만 몽골에는 뇌혈관을 수술할 병원이 없고 외국에 나가 수술을 받을 형편도 못 돼, 기형 혈관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자화씨의 치료를 맡은 박현선 신경외과 교수는 "기형 혈관이 뇌 조직을 압박해 간질 증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이다. 사이버나이프 치료로 기형 혈관을 지져서 뇌출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동시에 간질약을 처방하고 있다. 80%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화씨는 활짝 웃으면서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듯한 기분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천직을 이을 수 있도록 해준 한국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 탈장으로 심한 복통을 앓던 치트롯(42)씨는 2년 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딸 리에펄라(24)씨의 신청으로 지난 4일 수술받았다. 1992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오호츠카 요코(45)씨의 딸 이원지(16)양은 어릴 때부터 앓는 심실중격결손증 치료를 받게 됐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총 15명(국내 6명, 해외 9명)의 다문화 가정 친지들이 혜택을 받았다. 박승림 인하대병원장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캠페인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이 오지에 사는 경우가 많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난점이 있었다. 글로벌 시대에 다문화 가정을 보듬고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에 공감한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와 대한항공 등 많은 기관이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