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 꼭 알아야 할 것



인터넷 검색창에 ‘우울증’이라고 치면 무수하게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톱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 원인도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알려지면서 더 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기사와 정보를 보더라도 ‘우울증 원인은 스트레스’라든지, ‘우울증에는 000약’과 같은 내용들 뿐이다. 그 동안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혹은 잘못 알려진 우울증에 대한 궁금증들을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1. 우울증과 우울감, 어떻게 다른가?
우울증과 우울감은 엄밀히 다르다.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기분’이지만 우울증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증상을 없애기 힘든 ‘질병’이다. 우울증과 우울감을 구분하는 기준은 증상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됐는지, 증상의 종류가 몇 개나 되는지, 증상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등에 달려 있다. 만약 자신의 우울한 기분이 단순한 우울감인지 우울증인지 궁금하다면 다음의 우울증 체크리스트를 체크해 보자.

2.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일단 ‘우울증 의심’으로 검사결과가 나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간혹 어떤 체크리스트로는 ‘정상’으로 나오는데 어떤 체크리스트로는 ‘우울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체크리스트가 모두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검사를 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다면 우울증과 정상 사이의 경계선 상에 있는 것이므로 병원을 방문해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3.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기록에 남는가?
우울증 치료를 꺼려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신과에 다녔다는 기록 때문에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물론 병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처방과 처치는 기록으로 남지만 본인이 아니면 그 누구도 이 기록을 열람할 수 없게 돼있다.

‘취업할 때 우울증 치료를 받은 기록 때문에 피해를 봤다’ ‘결혼하기 전 부인될 사람과 신체검사를 하러 갔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생겼다’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전문의들은 그러나 “실제로 본인 동의 없이는 아무리 배우자나 가족이라 해도 의무기록은 물론 진단서조차 뗄 수 없다. 이미 의료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므로 이점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설명한다. 기록에 남는 것이 무서워 스스로 병을 키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4. 우울증 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데?
과거 우울증 약의 주류를 이뤘던 TCA계(삼환항우울제) 약물은 살이 찌는 부작용이 심했다. 하지만 요즘 우울증 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로작, 졸로프트 등과 같은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계 약물은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다. 전문의들은 오히려 우울증에 걸리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살이 빠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 최진실 씨도 사망 당시 몸무게가 31kg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것처럼 실제로 우울증이 생기면 식욕이 떨어져 밥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 저체중, 영양결핍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도 우울증 약을 복용한 뒤 살이 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가 뭘까? 이는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을 약의 부작용 때문으로 ‘투사(投射)’하기 때문이라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는 몸을 잘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 폭식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살이 찐 것을 약 때문에 살이 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5. 우울증은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우울증에 잘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울증의 원인에 유전자가 큰 역할을 하고 이 때문에 가족 중에 우울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 발생 확률이 2~3배 높다고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또 의존적이고 강박적인 성격, 히스테리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밖에도 심리적 요인, 호르몬 분비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이 정해져 있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6. 우울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우울증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다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 우울증 초기에는 증상의 정도가 약하기 때문에 ‘마음만 굳게 먹으면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사들은 ‘우울증은 절대 혼자서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말한다. 일단 병원에 와서 상담과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에서 우울증 치료의 절반은 시작된다. 

7.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진짜 우울증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는 ‘우울하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삶에 의욕이 없다’ ‘사는 게 지겹다’ ‘만사가 귀찮다’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내부의 우울한 감정을 신체증상으로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속이 답답하다’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몸이 쑤신다’ 등이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신체 증상이다. 또 심각한 우울증일 경우에는 이런 표현조차 호소할 기력이 없어 자신의 증상에 대한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8.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데?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으면 생명보험에 가입이 되지 않는 것도 우울증 환자들이 병원진료를 꺼리는 요인 중의 하나다. 실제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거나 지난 5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사람은 보험가입이 안 된다. 우울증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는 자살 빈도가 높은 ‘위험보험군’에 속하므로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보험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진단 받기 이전에 가입된 보험의 혜택을 받으려고 해도 정신과 치료나 입원비는 항목에서 제외되어 있어 아예 혜택을 못 받는다.

9. 우울증 환자가 자살할 확률은?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15~20%는 자살기도를 하고, 이중 3% 정도는 자살에 성공한다. 우울증의 한 종류인 ‘주요 우울증’ 환자만 따지면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10%에 육박한다.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이 자살을 시도하는 시기는 주로 치료 초기다. 무력감이나 에너지 결핍에 시달리는 심한 우울증 상태보다는 치료를 통해 우울증이 회복되면서 어느 정도 힘이 생기면 이때 가장 많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따라서 주변에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울증 회복기에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0. 임신 중에 우울증 약을 먹어도 되나요?
임신 중에 우울증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 중이다. 작년 1월에는 임신 중 산모의 우울증 치료제 복용이 태어날 아이의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오버랜드 박사팀은 당시 SSRI계열 우울증 약물에 노출된 4세 연령의 22명 아동과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14명의 아동을 비교한 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6년 11월에는 같은 약을 먹은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선천성 기형 발병 위험이 정상보다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시게후스대학병원 연구팀은 임신 초기에 SSRI계열의 우울증 약물을 복용한 1051명의 산모는 전체의 4.9%가 기형아를 출산한 반면,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15만780명의 산모는 3.4%가 기형아를 출생했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은 임신 중 우울증 약 복용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우울증 약을 먹는 도중 임신이 됐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후 약을 복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얘기되고 있는 것

1. 뇌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때문 :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면 이것은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의 활성도가 떨어진 것이다. 이런 신경전달물질들이 뇌에서 잘 활동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올 수 있다.

2.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도 : 발병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알코올 중독, 약물의존 등 여러 정신질환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뇌 질환, 소화기 질환, 심장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 신체 다른 부위의 병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3. 여성은 호르몬 변화 때문에: 출산이나 폐경 이후 호르몬 체계가 변하면서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4. 햇빛의 양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빛의 양은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일조량이 적어지는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일시적으로 우울증의 한 종류인 ‘계절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5. 스트레스 때문에 : 충격적인 사건이나 오랫동안 반복되는 스트레스가 뇌의 신경전달물질 상태에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부모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가 죽었을 때, 이혼이나 사회활동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6. 뭐든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 : 부정적인 경험을 여러 번 하다 보면 뭐든지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생기고, 이 때문에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부정적으로 보게 돼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신체증상들
복통, 식욕부진, 요통, 흉통, 변비, 현기증, 피로, 두통, 발기부전, 소화불량, 불면, 나른함, 월경변화, 오심, 과식, 성적 무반응, 수면장애, 구토, 체중변화 -> 이유 없이 위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