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여성 탈모 원인 90%는 OO 이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8/18 16:04
날마다 한 움큼씩 빠지는 그녀의 자존심
①스트레스 ②유전 ③출산 ④다이어트
(※정답은 아래에)
지난해 탈모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여성의 수는 남성과 비슷했다(건강보험공단). 그러나 병원에서 치료받는 여성은 빙산의 일각이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여성은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값비싼 두피관리 프로그램이나 탈모 방지 제품, 객관적으로 검증받지 않은 '비방' 등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여성은 온갖 탈모 관리를 받고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 왜 그럴까? 여성 탈모의 90% 이상이 남성 탈모처럼 '유전성'인데, 탈모 원인을 착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설명했다. 여성은 이밖에 잘못된 모발 관리 습관 때문에 생기지 않아도 될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 여성 탈모 90% 이상 '유전'
탈모 과정은 남녀가 똑같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과 모낭에 있는 '5알파-환원 효소'라는 특수한 효소의 상호 작용이다. 여성도 체내에서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효소는 두피에 도달한 남성호르몬을 다른 형태로 변형시킨다. 변형된 남성호르몬(DHT)은 모낭에서 머리카락을 탈락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탈모 유전성이 있으면 이 효소의 활동성이 매우 강해 남성호르몬이 변형되는 양이 훨씬 많고, 따라서 탈모가 나타난다고 심우영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완전한 대머리라고 딸도 완전한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완전 탈모 수준까지 머리카락이 빠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유전성 탈모 여성은 20~ 30대의 이른 나이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근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치료법은 남성과 달라
남성 탈모에는 바르는 약물인 '미녹시딜'과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 두 가지 모두 쓴다. 하지만 여성은 주로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만 쓴다. 임신했을 때 프로페시아를 먹으면 태아가 남자아이일 경우 성기 기형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약을 만져도 피부로 흡수돼 똑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임신 직전 3개월까지는 약을 복용해도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 미녹시딜은 남성보다 농도가 낮은 제품을 하루 한번 머리에 바른다. 아이를 다 낳았거나 폐경기 이후인 여성은 프로페시아를 복용할 수 있다.
◆ 머리 잡아당겨 묶으면 안돼
여자아이는 예뻐 보이라고 부모가 머리카락을 뒤로 세게 잡아당겨 묶거나 핀을 꽂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머리를 오래 하면 빠질 시기가 아닌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나중에는 아예 모발이 생성되지 않는 견인성 탈모로 이어진다. 성인 여성이 습관적으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 뽑거나, 머리를 정수리 쪽으로 잡아당겨 돌돌 묶는 일명 '똥머리'가 최근 유행인데, 역시 견인성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탈모 증상이 있으면 머리를 기르지 말자. 머리카락이 길면 물리적으로 당기는 힘을 더 많이 받아 머리카락이 더 잘 빠질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머리카락이 얇아 잘 엉키기 때문에 머리가 길면 빗질할 때 힘을 더 많이 받게 된다. 또한, 머리가 길면 부피감이 더 커서 같은 개수의 머리카락이 빠져도 더 많이 빠진 것처럼 보인다. 머리를 감은 뒤에 완전히 말리기도 쉽지 않은데, 남은 습기가 두피의 염증을 유발해 탈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 다이어트·출산은 '일시적 탈모'
이밖의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여성 탈모는 대부분 일시적 증상이다. 다이어트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우영 교수는 "하루에 자라는 모발의 총 길이는 30m쯤 된다. 모발은 그만큼 영양분 소모가 많은데, 다이어트를 하면 영양공급이 부족해져 머리가 빠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양 보충을 하면 머리숱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염색과 파마도 모발에 상처를 내거나 모낭에 염증을 일으켜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상처나 염증이 회복되면 모발도 정상 생장주기로 돌아온다.
출산 후 탈모도 마찬가지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여성의 몸은 출산시 아이를 낳는데 힘을 집중하기 위해 출산과 상관없는 두피의 모낭 쪽으로 혈액과 영양성분을 덜 보낸다"고 말했다. 따라서 출산 후 3~6개월 동안 머리가 많이 빠지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튼튼한 새로운 모발이 나기 시작해 대부분 원상 회복된다.
여성은 특정한 질환이 있으면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난소에 종양이 있거나 부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탈모가 진행된다. 또 철분 부족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도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을 일으켜 탈모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탈모가 멈추고 모발이 정상적으로 나기 시작한다.
[답 : 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