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플랫슈즈(굽 없는 신발), 오래 신으면 발병 난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7/28 23:34
걸을 때 체중의 3배 하중 발 붓고 발바닥 화끈거려 굽 2㎝쯤 있는 신발 신어야
평소 굽이 없는 '플랫슈즈'를 즐겨 신는 여성 이혜나(30·서울 서초동) 씨는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발이 아프고 온몸이 피로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 이 씨는 "굽이 없어 편할 줄 알았는데 발이 퉁퉁 붓고 발바닥 전체가 화끈거리며 아프다. 무릎과 허리까지 쑤신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은 이씨만 겪는 것이 아니다. 플랫슈즈가 온라인 쇼핑몰 여성 신발 전체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끄는 요즘, 웬만한 여성은 한 번쯤 경험하는 고통이다.◆충격흡수 못해 발바닥에 염증 생겨
플랫슈즈란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딱 붙을 정도로 굽이 전혀 없는 신발이다.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합성수지로 만든 납작한 젤리슈즈,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에 끼어 신는 조리 샌들도 플랫슈즈의 일종이다. 박시복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발클리닉 교수는 "플랫슈즈는 하이힐과 아픈 부위만 다를 뿐, 발 건강에 마찬가지로 나쁘다"며 "플랫슈즈를 오래 신다 발바닥 전체 근육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이 생겨 병원에 오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이힐은 체중이 발가락에 쏠려 문제를 일으키지만, 플랫슈즈는 반대로 발뒤꿈치에 충격이 많이 가는 것이 문제다. 걷거나 뛸 때는 발뒤꿈치가 가장 먼저 땅에 닿는데, 플랫슈즈는 뒷굽이나 깔창이 없어 충격이 흡수되지 않고 발바닥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 때문에 발바닥 근육에 무리가 가고 결국 염증이 생긴다. 또 플랫슈즈는 무릎과 척추관절에도 부담을 준다. 박 교수는 "플랫슈즈를 신고 걸으면 체중의 3배, 뛰면 체중의 10배가 되는 충격이 무릎과 허리에 직접 전달된다"고 말했다.
◆운동할 때는 절대 신지 말아야
평소 굽이 높은 신발을 신다가 여행할 때 플랫슈즈를 신었더니 발이 더 아프더라는 여성이 많다. 하이힐을 오래 신어 장딴지와 발바닥의 근육을 잇는 아킬레스건이 짧아져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바람에 짧아진 아킬레스건이 늘어나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염으로 병원에서 3주간 치료받은 박상영(30·서울 개봉동)씨는 "많이 걸을 일이 있거나 줄넘기를 할 때 편할 것 같아 플랫슈즈를 신었는데 발바닥과 발목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나중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박의현 강남연세사랑병원 부원장은 "운동할 때 플랫슈즈를 신으면 바로 부상을 당할 수 있다"며 "뛸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은 2배 이상 세기 때문에 평소 하이힐을 신는 사람은 플랫슈즈를 신고 한 번만 심하게 뛰어도 아킬레스건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플랫슈즈 자주 신으면 운동화 깔창을
플랫슈즈를 신는 사람에게 잘 생기는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은 엑스선촬영, 초음파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1주일 정도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간단한 발 스트레칭을 하면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통증이 아주 심한 사람은 발바닥에 염증을 완화시키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발을 90도로 세우고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이 짧아지지 않게 해주는 야간 부목을 끼고 자야 한다. 최근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의 민감도를 초음파를 발바닥에 쏘는 방법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치료 뒤에 플랫슈즈를 다시 신으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이런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플랫슈즈를 신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박 원장은 "구두는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1.5~2㎝ 굽이 가장 좋다"며 "플랫슈즈를 자주 신는 사람은 운동화 깔창을 신발 바닥에 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