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헬스조선 공동기획
아이들의 아토피를 놓고 부모와 의료진 간에 불신의 벽이 높다. 아이 엄마들은 이렇게 말한다."병원에서는 피부 보습을 유지해줘라. 골고루 먹여라. 스테로이드 연고 바르는 것을 겁내지 마라고 한다. 하지만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해줬는데도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긁어대는 아이를 보면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있겠나?"
반면 의사들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아토피는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어렵다.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하지만 피부병이라기보다는 알레르기 면역 질환이다. 병원 치료를 하면 빨리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데 단번에 낫게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불신의 벽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같다. 그 틈새를 파고 들어 민간요법과 속설이 판친다. 2008년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2세 이하 아토피 피부염 환자 933명의 71.5%가 병원 치료 외에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전윤빈 상담사는 "먹고 입고 바르는 것 등 상담을 통해 파악된 잘못된 아토피 치료법은 수백 가지"라고 말했다. 전 상담사는 "보습제 사용법과 목욕법, 식이요법 등을 설명해주어도 '뻔한 얘기'라며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잘못된 아토피 상식을 알아본다.
◆전원주택·황토방에 살면 낫는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면역체계의 약화가 꼽힌다. 생활환경이나 대기오염은 아토피의 발병 원인이 아니라 악화 요인일 뿐이다.
대기오염이 적은 전원주택이나 황토방에 살면 아토피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으나, 그 자체가 아토피를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다. 전원주택에 산다고 유전적 요인이 변할 리가 없으며, 면역체계가 갑자기 강화되지도 않는다.유전적 요인이 강하면 오염 물질이 전혀 없는 곳에 살아도 아토피가 생긴다.
전원주택, 황토방, 유기농 식품 등은 아토피 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조건이지만 아토피 질환의 치료·관리법은 아니다. 아토피 때문에 귀농이나 이민을 고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소다·전분 섞은 물에 목욕하면 좋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상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하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겐 이런 목욕법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정상적인 피부는 pH 4.5~6.5의 약산성인데, 알칼리 성분의 소다(탄산수소나트륨)는 피부의 산 성분을 중화시켜 알칼리성으로 만든다. 이러면 피부가 건조해져 가려움증이 악화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전염되지 않는다. 몸에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것이 면역반응인데, 일반인들보다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된다. 부모 중 한 명이 아토피가 있으면 자녀에게 있을 확률은 60%, 두 명 모두 있으면 80%에 이른다. 다만 유전적 요인 외에 식습관이나 환경 요인도 작용하므로 100% 유전 질환은 아니다.
◆우유·계란·고기 등 단백질 식품 먹이면 안 된다?
단백질은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모두 아토피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우유, 계란, 고기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데도 아토피를 겁내 우유, 계란, 고기를 먹이지 않으면 영양결핍이나 발육 장애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 바르면 악화된다?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연고를 바를 필요가 없다. 염증 없이 단순히 건조해서 가려움증이 있을 땐 보습제를 발라주면 된다.
하지만 일단 염증이 생긴 아토피는 의사 처방에 따라 적절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주어야 한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강도에 따라 1~7단계로 나뉜다. 같은 단계라도 바르는 부위에 따라 연고의 흡수율이 다르므로 의사의 처방이 꼭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너무 오래 사용하거나 증상이 없는 부위에 사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부작용을 겁내 무턱대고 피하면 증상만 악화된다.
◆비누 쓰면 안된다?
목욕할 때 비누칠을 하면 아토피가 악화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누를 쓰는 것은 괜찮으며, 다만 비누를 쓰는 목욕은 일주일에 2~3회 정도가 적당하다. 비누도 자극이 적은 중성비누나 아토피 전용 비누를 쓰는 게 좋다. 목욕 후 3분 안에 보습제를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밖에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태반주사, 체질개선제, 비타민C, 알로에, 요구르트 등은 과학적으로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만성병관리팀 윤영덕 연구원(의사)은 "'아토피 완치·탈출'이라는 광고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누가 아토피를 고쳤다는 말에 현혹돼 무조건 따라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