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반
여성의 적 '골반근 장애'
김우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10/08 09:50
최근 폐경을 맞이한 50대 후반의 가정주부 이모씨. 그녀는 요즘 틈만 나면 오줌이 마렵고 밤에도 화장실 가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다. 그러나 정작 화장실에 가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변비도 심하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도 통증이 심해 제대로 부부관계를 가질 수가 없다. 병원을 찾은 그녀에게 내려진 진단은 '골반근장애'였다.
■ 골반근이란 무엇인가?
골반근은 여러 가지 근육과 근막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덩어리이며 골반에 위치한 장기인 방광, 자궁, 대장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골반근이 약해지면 기침을 하거나 뛰거나 웃을 때 오줌이 샌다. 또 방광이 질 쪽으로 처지게 된다.
대부분 방광이 질 쪽으로 쳐졌을 때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심한 경우는 질 쪽에 불편감을 주고 오줌을 눈 뒤에도 오줌이 방광 안에 남아있어 세균 감염을 일으키며 방광이 질 쪽으로 처지면서 요도를 눌러 오줌이 잘 안 나오게 한다. 대장 역시 질 쪽으로 처지게 되면 변이 대장 안에 고이게 되어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 골반근의 기능은 무엇이며 골반근육층 장애란 무엇인가?
골반근은 평소 적당한 근육의 톤을 유지하여 오줌과 대변이 안 흘러나오도록 하는 괄약근 역할을 한다. 오줌을 눌 때는 요도쪽 골반근이 이완되면서 근육의 톤이 낮아져 오줌이 잘 나오게 하고 항문쪽 골반근은 그대로 톤을 유지해 대변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기능한다.
남녀가 섹스를 할 때는 골반근이 적당한 근육의 톤을 유지해 오줌이나 대변이 흘러나오는 사태를 방지한다. 그러나 골반근이 경직된 상태로 있게 되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골반근육층 장애'라고 한다.
■ 골반근육층장애가 생기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첫째, 아랫배에 불편감이 생긴다. 이는 뭔가 누르고 있는 느낌일수도 있고, 꼬집거나 꽉 조이는 느낌일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는 불이 난 것처럼 따갑기도 한다. 이런 통증이 등 아랫부분에까지 나타날 수 있다.
둘째, 오줌 눌 때 골반근이 이완되고 방광이 수축하면서 오줌이 나와야 하는데, 방광과 골반근이 같이 수축을 하게 되어 오줌이 잘 안 나오게 된다. 이때 오줌을 누기 위해 아랫배에 계속 힘을 주면 오히려 골반근의 기능은 더 나빠지게 된다. 골반근 기능이 더 나빠지면 소변보기가 더 힘들어지고 그래서 더 아랫배에 힘을 주면 악순환이 된다.
셋째, 소변 볼 때 골반근이 수축하면서 오히려 방광의 수축을 막아 방광이 오줌을 다 못 내보게 한다.
넷째, 변비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동반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들은 대장이 과민해져 아랫배가 자주 아프며 설사와 변비를 번갈아가며 호소한다.
다섯째, 섹스를 할 때 성기가 여성의 질 내로 삽입되어 골반근을 압박하게 되면, 성 교통을 유발한다. 어떤 환자들은 섹스를 할 때 당시는 성 교통이 없었으나 수 시간 내지 24시간이 지나고 나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섯째, 골반근육이 경직돼 있으면 방광에 자극을 주어 오줌이 자주 또는 갑자기 마렵게 된다. 그래서 골반근 장애를 가진 환자 중 오줌이 자주 마려운 환자들에게는 골반근을 이완시켜주는 치료를 하면 특별한 약을 쓰지 않아도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 골반근육층장애는 어떤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것일까?
아직 뚜렷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골반근육층장애 환자들 중에서 어떤 환자들은 어려서부터 배뇨장애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어려서는 증상이 없다가 어른이 되어 변비의 형태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들은 방광염과 같은 요로감염이 생긴 후에 골반근육층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방광염이 생기면, 오줌 눌 때 심한 작열감이 생기면서 골반근도 불안정해지며 결국 골반근이 경직된다. 감염된 게 치료가 되면 오줌 눌 때 있던 통증은 사라지지만, 골반근은 계속 경직되어 있고, 방광은 계속 자극을 받아 오줌이 자주 마려운 증상은 그대로 지속된다.
성병의 합병증인 골반염을 앓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부 골반염 환자들은 골반근이 경직되기 시작하는데 감염이 없어진 후에도 골반근은 계속 경직된 상태로 있게 된다. 그래서 골반근육층 장애를 예방하는데 있어서 요로 감염 예방과 성병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 골반근육층 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골반근육층 장애는 감염, 스트레스 등 원인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경직된 골반근육층을 이완시키는 치료를 해야 한다.
방광염, 신우신염 같은 요로감염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가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요로결석, 당뇨, 신경인성 방광, 기타 요로폐색 등의 질환들을 가지고 있어서 이로 인해 요로감염이 생기는 경우라면 원인질환들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골반근육층 장애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골반근을 수축시켜 골반근육층 장애 증상이 더 나빠진다. 골반근육층장애 증상을 치료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해소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며, 과거 성적학대를 받았던 경우는 심리상담이 도움이 된다.
그 밖에 골반근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서 질염이 생긴 경우 골반근 장애 증상이 나빠지며, 드문 경우지만 성병으로 인해 골반염이 생기거나, 골반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골반 장기에 암이 생긴 경우 증상이 악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 유앤아이여성클리닉 임필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