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아가야' 대표 박춘선씨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불임'이 아니라 임신이 어려울 뿐이라는 '난임(難妊)'이 맞는 단어라는 것이다.
"나도 10년 전 난임 진단 받았을 때, '엄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상실감과 좌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만 해도 불임이라고 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 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병원에 찾아갈 용기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난임 치료를 받고 임신해 낳은 그의 아기는 얼마 전 첫돌을 맞았다.
'아가야' 회원들에게 힘든 고민은 역시 돈 문제라고 한다. 정부 지원이 있으나 본인 부담금이 따로 있고 횟수도 평생 2회로 제한된다. 박씨는 "저소득층은 절반이나 되는 본인 부담금조차 부담스러워서 지원 대상이 돼도 아예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기준이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불임치료 과정도 만만치 않다. 배란유도제를 맞을 때 복통이나 구토 등의 부작용보다 더 힘든 것이 정신적 부담이다. 임신에 대한 기대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우울증이 생긴 여성들이 적지 않으며, 시댁이나 남편과의 갈등 때문에 생긴 심각한 스트레스가 다시 임신을 어렵게 한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치료를 중단하는 사람들이 43.9%나 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박씨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난임을 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정부가 난임 치료를 지원해달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일부 누리꾼들이 '입양이나 해라. 남들은 잘 낳는 애 못 낳는 것이 뭐가 자랑이라고 정부에게 돈 달라고 하냐' 등의 악성 댓글을 달아 난임부부들이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
박씨는 "현재 난임부부는 180만 쌍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난임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만 추정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주변에 난임부부들이 있다는 것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 '아가야'(www. agaya.org)는 2003년 인터넷 까페에서 출발해 회원 수가 늘면서 현재는 복지부 소속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돼 있다. 회원 수는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지역별 자조모임, 불임부부 상담, 병원과의 연계사업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