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요즘 뜨는 ‘힙업 수술’, 옆에서 지켜보다
입력 2008/06/18 09:30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 등부터 무릎까지 온통 붉은색 소독약으로 범벅이 된 31살 회사원 B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166cm에 52kg. 얼핏 보면 아무 고민 없을 것 같은 키와 몸무게 이지만, 그녀에겐 남들이 모르는 고민이 한 가지 있다.
‘33, 26 32(인치)’, 바로 이것 때문이다. 엉덩이가 가슴보다도 작은 것. 속사정 모르는 친구들은 말라서 좋겠다지만, 절벽 엉덩이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 진 한번 못 입어 봤다. 치마를 입어도 보릿자루 대어 놓은 것 마냥 영 볼품이 없다. 여자들이 청바지를 입었을 때 볼록하게 나온 엉덩이가 가장 섹시해 보인다는 남자친구들의 말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녀는 요즘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필수코스라는 ‘힙업 수술’ 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띠띠띠’. 맥박수 체크기의 긴장되는 소리와 함께 수술이 시작됐다. 마취를 한 엉덩이에 집도의가 든 칼이 들어갔다. 칼은 양쪽 엉덩이 사이를 7-8cm가량 찢어 놓았다. 찢어진 피부 사이로 노란색의 지방층이 보이더니, 곧 붉은 색의 근육(대둔근)이 드러났다. 의사는 곧 내시경처럼 생긴 전기소작기를 들고 굵은 근육 밑을 파고들었다.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 때 다른 한 손으로는 내시경을 집어 들고 굴처럼 파 놓은 통로 속으로 집어 넣었다.
옆에서는 간호사가 수술 전 미리 제작 해 놓은 실리콘 보형물을 의사에게 건네줬다. 보형물은 큰 타원 모양이었고, 정 중앙에 7개쯤 되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수술이 끝나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콜라겐이라는 물질이 나와 이 구멍들을 메우게 된다. 그래서 보형물이 흔들리지 않고 잘 고정될 수 있다는 것. 보형물은 반고형체로 생각보다 단단했다.
의사는 숨을 가다듬은 뒤 좀 전에 파 놓은 엉덩이 안의 통로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음 받아든 보형물을 메스를 이용해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보형물을 밀어 넣자, 신기하게도 엉덩이가 봉긋하게 솟아올랐다. 의사는 원했던 위치에 보형물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한 뒤, 다른 쪽 엉덩이에도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절개로 인해 생긴 혈액이 몸 안에서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혈액주머니의 한쪽 끝부분을 공간 안에 집어 넣는 작업이 뒤따랐다. 이후 갈라져 있던 두 개의 근육을 힘껏 당기더니, 봉합 작업을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수술 방에 들어 온지 약 1시간 10분이 지나 있었다.
▶“실리콘으로 해주세요”
‘힙업수술’은 B씨의 경우처럼 ‘보형물을 넣는 방법’, ‘특수 실을 이용하는 방법’, ‘엉덩이 밑 부분의 지방을 빼서 엉덩이 위 쪽에 재 주입 하는 방법(자가지방이동술)’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보형물을 이용한 방법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특수 실을 이용하는 방법과 자가지방이동술이 비슷하게 이용됐지만, 지난 2월 보형물 삽입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후에는 힙업 수술 환자의 대부분이 보형물을 이용한 방법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그랜드성형외과 서일범 원장은 “미국에서는 3-4년 전부터 보형물을 이용한 힙업수술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소식을 어떻게 접했는지 연예인이나 직업 모델 등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보형물 힙업수술이 언제 들어 오냐’ 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 보형물을 이용한 힙업수술은 유방확대수술만큼 큰 인기를 끌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보형물 힙업수술은 다른 힙업수술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무엇보다 ‘확실한 결과’이다. 자가지방이동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지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고 안전한 방법이지만, 환자들이 수술 후 큰 차이가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하고 애써 이동시킨 지방이 체내로 다시 흡수돼버리는 경우도 있다. 특수 실을 이용하면 수술 직후 바로 엉덩이가 업(UP) 되는 느낌이 들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실이 끊어지거나 늘어져버리는 수도 있다.
힙업수술로 효과를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실리콘을 넣고 이후 자가지방이동술을 병행하는 것이다. 서 원장은 “일단 보형물로 엉덩이의 부피감을 늘린 다음, 아래쪽의 지방을 가져와 위쪽에 넣어주면 상대적으로 위쪽이 더 통통해져 업(UP)된 느낌까지 얻을 수 있다” 고 말했다.
▶ 부작용은 없나
힙업수술을 받고 나면 3-4주 동안은 엎드려 자야 한다. 또 앉을 때도 엉덩이 부분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모양의 쿠션을 깔고 앉아야 하며 되도록 일어 서 있는 것이 좋다. 때문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여성의 경우 제약이 따른다. B씨에게 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묻자 B씨는 “마취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그 외 다른 부분은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또 만약 부작용이 생기거나 달라진 엉덩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보형물을 다시 제거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보형물 힙업수술은 부작용이 적은 수술이라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힙업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인 구형구축 때문이다. 구형구축이란 체내에 들어온 이물질로 인해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 작동돼 보형물을 둘러싼 굵은 막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건대병원 성형외과 신동혁 교수는 “구형구축이 일어나면 엉덩이가 딱딱해지고 모양도 일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수술 후 보형물 구멍에 콜라겐이 채워져 보형물이 어느 정도 고정될 순 있지만, 보형물이 100% 움직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아직 많이 알려진 수술이 아닌 만큼,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홍유미 헬스조선 인턴기자 cbmass4136@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