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헬스조선 공동기획-나의 희망이야기⑭폐암 극복한 조달호(62세)씨

학창시절부터 하루 한 갑 이상씩 담배를 피웠고, 한번 술자리에 앉으면 소주 3~4병은 거뜬히 비웠다. 그런데도 평소 감기 한번 안 걸릴 정도로 건강은 자신이 있었다. 인생도 나름대로 꽤 열심히 살았다. 주중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미용교육학원 일, 주말에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교외로, 지방으로 봉사활동을 다녔다. 하루도 늦게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53세 되던 2000년 가을쯤부터 몸살 같이 온몸이 조금씩 아파왔다. 특히 허리와 등이 너무 아팠다. 당시엔 병원도 없는 경기도 산골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 약국에서 근육통과 감기 약을 사서 복용했다. 그런데 2주일이나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았다. 한번은 목이 칼칼해서 무심코 침을 뱉는데 빨간 피가 섞여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결핵이라고 했다. 몇 주간 약을 복용했는데도 낫지 않았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며 불안해져 견딜 수가 없었다. 큰 병원에 갔더니 결핵이 아니라 ‘급성’ 폐암 3기라고 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빈 것 같았다.
항암치료부터 시작했다. 주사를 맞으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지옥을 경험하는 느낌이 이럴까. 차라리 죽는 게 편할 것 같았다. “그냥 이대로 죽게 내버려 달라”고 말하기 위해 아내 몰래 주치의 방문 앞을 몇 번이나 갔다 그냥 돌아왔다. 매일 새벽 간이 침대에서 일어나 내 손을 꼬옥 잡고 정성 어린 기도를 드린 뒤 출근하는 아내 모습을 생각하며 항암치료의 고통을 참아냈다.
아내와 두 아들의 도움으로 7회에 걸친 끔찍한 항암치료를 끝내고 입원 3개월 만에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려운 수술이었다. 목 기관지까지 암이 퍼진 상태라 폐를 보전하기 어려웠지만 주치의는 최대한 폐를 살리기 위해 ‘우폐상엽소매 절제수술’이라는 어려운 수술을 택했다. 그러나 수술 18일째 되는 날 기관지의 약한 봉합부분이 파열됐다. 피를 분수처럼 입으로 뿜어내며 “이제 정말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실제로 심장까지 정지됐다고 한다. 10시간이 지나도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자 아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나 보던 ‘기적’이 일어났다. 의사선생님, 간호사, 가족 모두 기적이라고 했다.
내가 이렇게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나를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 정성 덕분이다. 매일같이 눈물로 기도한 그들의 정성과 사랑이 나를 살렸다. 이제 내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나는 지금 내 미용학원에서 학원생들과 함께 하루 70~80명씩 저소득 아이들과 노인에게 무료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비록 한쪽 폐는 없지만, 그 자리에 폐 크기보다 훨씬 큰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심어나갈 것이다.

주치의 코멘트
적극적 항암치료로 완쾌 가능
일반적으로 3기 이상 폐암은 완치가 어렵다. 더군다나 조 씨는 암이 기관지 윗부분까지 퍼져 있어 암 절제와 봉합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힘든 항암치료와 방사선 요법 등을 잘 견뎠고 수술도 잘 됐다. 수술 전 우려 했던 대로 기관지의 약한 봉합 부분이 터져 과다출혈이 일어나 일시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급박한 상황까지 갔다. 그러나 응급수술로 한쪽 폐 전체를 절제 해 위기를 모면하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히 살고 있다. 조씨는 폐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도 적극적인 치료와 수술로 완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정리=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