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명품 소금 ‘게랑드’ 맛의 비밀은 흙 위에서 만드는 ‘토판염 방식’
입력 2007/12/18 16:07
제조법 따라 맛도 다르다
흙 속의 미네랄 등 합쳐져 단맛 내
국내서도 '명품 천일염' 제조 가능
세계적인 천일염 생산국은 프랑스, 포르투갈, 호주, 멕시코, 일본 등이다.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프랑스 게랑드(Guerande) 소금. 국내에서 ‘트레저 셀 그리스(Le Tresor Sel Gris)’나 ‘셀 마린 드 게랑드(Sel marine de Guerande)’ 등으로 비싸게 팔린다. ‘트레저 셀 그리스’는 약간 회색을 띄며 약한 제비꽃 향이 난다. ‘셀 마린 게랑드’는 게랑드 지방의 전통 수작업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왜 이런 소금들이 명품으로 꼽히고 값도 비쌀까? 제조법에 비밀이 숨어 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가둬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시켜 만든다. 바닷물을 염전에 가둬놓으면 먼저 물 표면에 얇은 소금 막이 형성된 뒤 조금씩 커지면서 소금 결정(結晶)이 만들어진다. 이를 유럽에서는 ‘소금의 꽃’이라고 부른다. 이 결정이 점점 커져 무거워지면 아래로 가라앉고 여기에 소금 결정이 더 달라붙어 소금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굵은 소금’이다.
하지만 물 아래로 가라앉기 전 얇게 형성된 소금 막만 걷어내 따로 말리면 결정이 작은 ‘가는 소금’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일염의 95%는 ‘굵은 소금’이고, 5%만 ‘가는 소금’이다. 값이 차이가 난다. 국내산 천일염의 경우, 굵은 소금은 1㎏에 5000원 정도지만, 가는 소금은 1㎏에 8만원 선이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소금을 만을 때 염전 바닥 모양에 따라 토판염(土版鹽)과 장판염(壯版鹽)으로 나눈다. 토판염 생산 염전은 흙바닥이고, 장판염은 비닐장판이나 타일 등을 깔아 매끈한 바닥이다. 게랑드 소금은 주로 토판염이다. 이 지역 갯벌은 모래 성분이 많아 단단하게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에는 바닷물의 미네랄 외에 흙 속의 미네랄, 아미노산, 유기화합물 등이 함께 들어간다. 이들 성분이 강한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을 감싸고 있어, 소금이 독특한 향(香)을 내거나 부드럽고 단 맛을 내는 작용을 한다.
프랑스의 환경운동가인 고바야시 콜린은 책 ‘게랑드 소금 이야기’에서 “게랑드 소금의 향은 이 지역 바닷물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듀나이에라 사라나)의 작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천일염은 2년 정도 숙성시키면 최상의 맛이 난다. 한편 장판염은 염전 바닥을 장판이나 타일 등으로 깔기 때문에 작업은 수월하지만 갯벌 속 다양한 성분이 소금에 스며들기 어려워 영양 성분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전남 보건환경연구원 양호철 박사는 “우리나라는 장판염뿐 아니라 토판염 방식으로도 소금을 만들기 때문에 외국의 유명 소금보다 미네랄이 더 풍부하고 맛이 좋은 소금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많이 생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