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등 각종 통증 완화
중독치료·뇌졸중 재활에도 쓰여

통증
한의학 침 치료 개념 중 하나가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이다. 즉 ‘기(氣)가 잘 통하면 통증이 없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것. 현대의학에서도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절통, 요통, 두통, 치통 등 다양한 통증에 침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공동 연구팀은 무릎 관절염 치료에 침을 놓으면 통증이 조절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내과학회지’에 발표했다.
무릎 골관절염 환자 17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임상시험을 시행했더니 침 치료를 받은 그룹은 53%가 통증이 호전됐으나, 일반 치료약만 복용한 그룹은 29.1%가 통증이 완화됐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 무릎 관절염과 요통에 대한 침 치료에 부분적으로 의료보험을 적용해주고 있다.
마취
몇 년 전 중국 병원에서 침으로 마취한 뒤 뇌 수술을 하는 장면이 세계 각국에 TV로 보도돼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귀 등 몇 군데에 침을 맞은 상태에서 의식이 있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는 장면은 침의 신비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와 유사한 침을 이용한 마취는 국내에서도 1970년대부터 시도돼왔다. 경희대의대와 한의대 교수들은 1970년대 초반부터 일부 산부인과 수술이나 맹장염 수술을 침으로 마취하고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침은 마취효과는 모든 환자에게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침으로 마취한 뒤 어떤 환자는 아무런 통증 없이 수술했으나, 다른 환자들은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뇌졸중·파킨슨병 등 뇌질환
뇌졸중, 파킨슨병, 알쯔하이머 등 뇌·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도 침이 적용된다. 독일 하노버의대 핀크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침 치료를 병행한 후 환자의 회복 속도와 강직 정도 측정을 한 결과, 침을 맞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걷는 속도나 통증 차이는 없었지만, 척수의 운동 능력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경희대 한방병원 문상관 교수팀도 중풍(뇌졸중) 환자 40명에게 침에 전류를 흘리는 전침(電鍼) 치료를 한 뒤 뇌 혈류량 변화를 MRI 등으로 분석한 결과, 뇌 혈류가 개선돼 후유증을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손과 발에 침을 놓는 수족침법(手足鍼法)이 뇌졸중 환자의 치료를 돕는 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뇌 활동에 필수적인 ‘도파민’이란 물질이 생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의 경우 침을 놓으면 도파민 분비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임사비나 교수팀과 서울의대 김용식 교수팀은 파킨슨병을 일으킨 쥐 실험에서 침이 뇌의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염증 관련 물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다만, 뇌 질환의 경우 아직 침은 직접 치료 수단이라기보다는 외과수술 등 현대 의학 치료의 보완 치료로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독
요즘 보건소에 가면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침’을 놓아준다. 담배의 니코틴이나 커피의 카페인 등이 뇌의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하는데, 침을 놓아 도파민 분비를 줄여 흡연 욕구를 차단하는 것이 금연침이다. 흡연도 중독의 일종이다. 따라서 금연침이 가능하다면 다른 마약 등 다른 약물 중독도 침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등에서 중독 치료에 적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캐나디언자연의학대 임상역학과 밀스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1747명을 대상으로 한 코카인 의존성에 대한 침의 효과 시험에서 침이 코카인 의존성을 확실하게 차단해주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으로 추정돼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경락이란?
세계인들은 ‘경락(經絡)’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경락(meridian)을 찾아보면 ‘통로(channel)’ ‘관(vessel)’등으로 돼 있다. 이것은 ‘기(qi)’와 ‘혈(blood)’이 흐르는 길이며, ‘장부(臟腑)’와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위키피디아는 ‘인체에서 기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밝힌 연구들이 있지만 경락의 존재가 해부학·조직학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