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침 치료를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 침 시술이 부적절한 상황은 지나친 성생활로 몸이 쇠약해진 경우나 음주 전후, 분노 폭발 전후, 과로·과식·금식 전후, 심하게 갈증이 날 때, 불안 증세가 심할 때 등이다. 또 심한 출혈이나 땀을 많이 흘린 뒤, 설사 뒤, 산후 출혈이 많은 경우에도 침을 맞아서는 안 된다. 그밖에 외과적 수술 후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거나, 많은 출혈이 예상되는 말기 암이나 혈우병 환자도 위험할 수 있다.

침을 맞은 후 바로 샤워나 목욕하는 것도 좋지 않다. 침을 맞느라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 샤워나 목욕을 하면 체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또 침 맞은 자리에 감염 우려도 있다. 샤워나 목욕은 침을 맞은 뒤에는 2시간쯤 뒤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을 맞고 난 뒤 피가 나야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침을 놓는 ‘경혈(經穴)’은 대개 신경이나 혈관이 지나는 곳과 매우 가깝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침을 맞으면 피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침을 맞은 뒤 나는 피를 ‘나쁜 피’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침을 맞은 뒤 피가 나면 주사와 마찬가지로 소독 솜으로 잠시 압박해 멎게 해야 한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도움말=이재동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이준무 상지대 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