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업무 스트레스가 뇌졸중 일으킨다

업무상 질환자 중 20%가 뇌·심혈관 질환 앓아… 직장인 스트레스 이젠 회사가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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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팀장 김모(46)씨는 얼마 전 직장에서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졌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지만 업무에 쫓기느라 치료를 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같이 일하는 박모씨는 “팀장을 하다가 후배가 팀장이 되고 그 밑의 부팀장으로 밀려난 1년 전부터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병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팀장으로 좌천된 뒤 수동적 성격으로 변했고, 음주와 흡연량도 2~3배쯤 늘었다고 한다.

직무(職務) 스트레스가 직장인의 뇌와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산재의료관리원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업무상 질병 환자 1만7730명 중 뇌·심혈관 질환자가 19.4%(3441명)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직무 스트레스 연관성을 인정 받아 산재 처리됐다.

1988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HANES)나 1996년 일본 근로자조사(AOEH), 2005년 연세대 원주의대 직업의학연구소 조사 등에서도 직무 스트레스는 혈압 상승, 나쁜 콜레스테롤(LDL) 증가, 심박동수 감소, 혈전 형성 촉진 등 뇌·심혈관 질환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스트레스란 업무상 요구를 근로자가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반응. 직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경고반응(alarm reaction)’이 나타난다.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이다.

다음은 ‘저항단계(stage of reaction)’로 자극에 대해 조금씩 여유를 갖고 적응하려 하거나 저항한다. 이 단계에서 인체는 부신피질호르몬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장기간 반복 또는 지속되면 이런 방어체계가 붕괴되고 적응 에너지도 고갈되고, 몸은 ‘소진단계(stage of exhaustion)’로 진행된다. 이때 신체 특정 기관이 고장 나거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 질환은 대부분 이 단계서 발생한다.

서울백병원 스트레스클리닉 김원 교수는 “직무 스트레스는 조직에도 생산성 감소, 이미지 저하, 이직률 증가 등의 피해를 끼친다”며 “선진국처럼 국내 기업들도 직무 스트레스를 회사의 위기 관리 요소로 보고 해소를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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